책아이 229. 2014.11.2. 글책 처음 읽기
책순이가 처음으로 ‘글만 있는 책’을 읽으려 한다. 아니 꽤 읽는다. 어디까지 읽는가 보자 하고 지켜보니 제법 오래 읽는다. 그런데 ‘그림책’ 아닌 ‘글책’을 아이가 읽을 적에는 글책에 나오는 ‘잘못 쓴 말’을 모두 바로잡아 줄 수 없다. 그림책에서는 몽땅 손질해서 읽히지만, 글책은 책을 손질할 수 없다. 글만 있는 책에 죄 죽죽 긋고 새 낱말을 적어 넣으면, 이때에는 책읽기를 아예 할 수 없다.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온통 ‘잘못 쓰는 말’투성이라 할 만하다.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면서 아름답게 쓰는 사람은 거의 한 사람도 없다. 아이가 마음 놓고 읽을 만한 동시집이나 동화책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이원수나 권정생이나 백석이나 현덕이나 임길택은 이럭저럭 낫지만, 이분들 글에도 ‘잘못 쓴 말’이 제법 있다. 이를 슬기롭게 바라보거나 알아차리는 어른은 매우 드물다. 그러면, 우리 책순이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책에서는 몇 군데만 더러 짚어 준다. 아이가 글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모든 말을 다 알아듣지는 않는다. 그저 글씨를 보고 읽을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글투 가운데 아이가 입에 담아서 읊는 말이 있으면, 그때 넌지시 알려줄 수 있다. 아무쪼록, 책순이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고, 아름다운 넋을 가꾸며, 아름다운 말로 생각을 지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