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라는 한자말은 한국말사전에 없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자존’은 세 가지인데, 이 가운데 ‘自存’은 “(1) 자기의 존재 (2) 자기 힘으로 생존함”을 가리키고, ‘自尊’은 “(1)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 (2) 자기를 높여 잘난 체함”을 가리킨다. 《부모의 자존감》이라는 책은 이 가운데 어느 뜻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까. 아마 ‘自尊 2’을 빼고 다른 세 가지를 모두 가리킬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어버이한테서 받은 생채기를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한테 다시 물려주려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 나를 깨달아 나를 지키고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찾아야 할 노릇이요, 이러한 이야기를 담는 《부모의 자존감》이 되리라 느낀다. 아주 마땅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남한테서 사랑을 받기에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남한테서 사랑을 못 받기에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남이 나를 사랑하든 말든, 나는 늘 나를 사랑할 노릇이다. 남이 나한테 사랑을 베풀든 말든, 나는 즐겁게 나를 사랑하고 내 이웃과 동무를 기쁘게 사랑할 노릇이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대서 나도 이웃을 안 도와주어도 되지 않는다. 아무렴.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니까 꼭 남들도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외쳐야 하지 않는다. 아무렴. 길은 스스로 열고, 삶은 스스로 짓는다. 그러고 보면, 《부모의 자존감》은 ‘어버이로서 홀로서기’를 이야기하는 책인 셈이다. 이 책은 ‘어버이답게 아름답기’를 다루는 책이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