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0) 전이(轉移)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춤추는 아짐바 소남, 어린애 같은 순수한 마음이 내게로 전이되었습니다
《이해선-인연, 언젠가 만날》(꿈의지도,2011) 138쪽
순수한 마음이 내게로 전이되었습니다
→ 맑은 마음이 내게 옮아 왔습니다
→ 깨끗한 마음이 나한테 옮겨졌습니다
→ 티없는 마음이 나한테 왔습니다
→ 해사한 마음이 나한테 스며들었습니다
…
국립국어원에서 엮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한자말 ‘전이’를 다섯 가지로 싣습니다. 이 가운데 ‘剪夷’는 북녘말이라고 밝히면서 싣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설마 북녘에서 이런 한자말을 쓸까요?
1992년에 북녘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을 살펴봅니다. 북녘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을 살피니, ‘剪夷’라는 한자말을 싣기는 합니다. 그런데, 북녘에서는 ‘이 낡은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뜻’에서 실었어요. 그리고, ‘전죽’을 뜻한다는 한자말 ‘饘酏’도 싣기는 하는데, 이 한자말은 “된죽과 묽은죽”을 뜻하지만 이 한자말도 안 써야 하는 낡은 한자말로 다룹니다.
1957년에 한글학회에서 펴낸 〈큰 사전〉을 보면 ‘전이’라는 한자말을 꼭 한 가지만 다룹니다. 〈큰 사전〉에서 다룬 한자말 ‘전이’는 ‘煎餌’로, 쌀가루와 콩가루를 묽은 엿으로 반죽해서 구운 과자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이밖에 다른 한자말은 안 다룹니다. 이로 미루어 살핀다면, 남녘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은 여러 한자말 ‘전이’는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낱말이거나 한국에서 쓸 만하지 않은데 억지로 집어넣은 낱말이라 할 만합니다.
이 한자말 가운데 여러모로 쓰는 ‘轉移’를 보면, 말뜻이 ‘옮기다’나 ‘바뀌다’입니다. 학술말로 여러 갈래에서 쓰는 ‘轉移’라 하지만, ‘옮기다’나 ‘바뀌다’를 알맞게 살려서 쓰면, 학술말로도 얼마든지 쓸 만합니다. 아니, 학술말은 굳이 한자로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국말로 알맞고 알차며 알뜰히 학문을 하면 됩니다.
맑은 마음이 나한테 날아왔습니다
맑은 마음이 나한테 넘어왔습니다
맑은 마음이 나한테 젖어들었습니다
맑은 마음이 나한테 녹아들었습니다
맑은 마음이 나한테 다가왔습니다
맑으면서 고운 마음을 차근차근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맑으면서 고운 말로 우리 마음을 넉넉히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맑으면서 고운 숨결로 삶을 짓고 말을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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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앞에서 예쁘게 춤추던 아짐바 소남, 어린애 같은 맑은 마음이 나한테 스며들었습니다
‘카메라(camera)’는 ‘사진기’로 다듬고, ‘순수(純粹)한’은 ‘맑은’이나 ‘깨끗한’이나 ‘해사한’ 같은 한국말로 다듬습니다. ‘내게로’는 ‘내게’나 ‘나한테’로 바로잡습니다.
전이(剪夷) : [북한어] 오랑캐를 쳐서 평정함
전이(剪耳) = 귀표내기
전이(煎餌) : 찹쌀가루와 날콩가루를 섞고 묽은 엿으로 반죽을 하여 새알만 한 크기로 빚어서 바싹 말렸다가 불에 구워 부풀게 한 과자
전이(轉移)
1. 자리나 위치 따위를 다른 곳으로 옮김
2. 사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바뀜
- 생활 속에 널리 퍼져 뿌리가 깊던 불교 용어가 의미 전이를 일으킨 것이지요
3. [물리] 양자 역학에서, 입자가 어떤 에너지의 정상 상태에서 에너지가 다른 정상 상태로 옮겨 감
전이(饘酏) = 전죽(饘粥)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