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22) 속의 1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에서 펴내는 《말과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2004년 겨울호를 보니,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분이 쓴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이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소설에 잘못 쓴 한국말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데, 무엇보다 이 글에 붙인 이름부터 아리송합니다. 다른 이가 잘못 쓴 한국말을 짚거나 다루려 한다면,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분부터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쓸 노릇입니다. 소설을 쓰는 이들이 한국말을 어떻게 잘못 썼는가 하고 밝히려는 글에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 같은 이름을 붙여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신문사 교열기자가 이러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아니면 국어문화운동본부 일꾼이 이러한 이름을 썼을까요.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
→ 소설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
→ 소설에 잘못 쓴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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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토씨 ‘-의’를 엉뚱하게 넣는 한편, ‘속’을 군더더기로 넣습니다. 생각해 보셔요. “네 편지에 잘못 쓴 이야기가 있더군”이나 “네 일기에 틀린 말이 있어”나 “네 말에 낯간지러운 소리가 있더라”처럼 적습니다. ‘속’을 넣을 자리란 없어요.
“이 글에서 잘못 쓴 곳을 찾으시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글 속에서 잘못 쓴 곳을 찾으시오”처럼 적으면 틀립니다.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야”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책 속에서 읽은 이야기야”처럼 적으면 틀려요. 4338.1.11.불/4347.1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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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475) 속의 2
변한은 12국 등 모두 78국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였다. 백제도 그들 속의 하나라고 하였다
《이이화-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길,2005) 45쪽
그들 속의 하나라고
→ 그들 가운데 하나라고
→ 이 가운데 하나라고
→ 이 가운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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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를 하나로 묶어 더 커다란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백제는 커다란 나라를 이루는 작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그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들 속의 하나”나 “그 나라들 속의 하나”로 적으면 틀립니다. ‘속’은 “바닷속에 있는 것”이나 “물속에 있는 것”이나 “바람 속에 있는 것”이나 “흙 속에 있는 것”처럼 씁니다. 4339.1.24.불/4347.1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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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은 열두 나라를 비롯해 모두 일흔여덟 나라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백제도 이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12국 등(等)”은 “열두 나라에다가”나 “열두 나라를 비롯해”로 손보고, “78국(國)으로 구성(構成)되었다고”는 “78국으로 이루어졌다고”나 “일흔여덟 나라로 이루어졌다고”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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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58) 속의 3
나도 똑같았어. 우린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하지만 동화 속의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야누쉬 코르착/송준재,손성현 옮김-안톤 카이투스의 모험》(내일을여는책,2000) 162쪽
동화 속의 세계를
→ 동화에 나오는 세계를
→ 동화 같은 세계를
→ 동화 세계를
→ 동화나라를
→ 동화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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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 나오는 세계는 “동화 세계”로 적을 수 있으나, “동화 나라”나 “동화 누리”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화나라’나 ‘동화누리’처럼 한 낱말로 새롭게 지어서 써도 됩니다. ‘만화나라·만화누리’라든지 ‘영화나라·영화누리’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고, ‘책나라·책누리’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이 보기글에서는 ‘현실’과 ‘동화’를 맞대면서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삶’과 ‘꿈’으로 손질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살을 붙여 “오늘 이곳 삶”과 “꿈나라·꿈누리”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39.10.8.해/4347.1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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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똑같았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삶을 받아들이지만 동화에 나오는 꿈을 믿고 싶어하잖아
‘현실(現實)’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삶’이나 ‘오늘 이곳’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인정(認定)하지만’은 ‘받아들이지만’으로 다듬는데, “그건 인정하지”처럼 쓰는 자리는 “그건 좋아”라든지 “그건 그렇게 하지”처럼 다듬으면 됩니다. “동화 세계(世界)”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동화나라”나 “동화누리”로 손볼 만하고, 글흐름을 더 살핀다면 ‘현실’이라는 ‘오늘 이곳 삶’과 맞서는 자리를 나타내도록 “동화에 나오는 꿈”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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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01) 속의 4
한국에서 우리가 보았던 뉴스 속의 이라크는 두려워 떨고 있었지만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46쪽
뉴스 속의 이라크는
→ 뉴스에 나오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 비치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 흐르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서 이라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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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뉴스에 이라크가 나옵니다. 방송 이야기에 이라크 모습이 비칩니다. 방송 이야기를 보니 이라크는 이러한 모습이라고 흐릅니다.
이 보기글은 “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 나오는 이라크는”처럼 고쳐쓸 수 있고, “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서 이라크는”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속’과 ‘-의’를 잘못 붙여서 넣지 말고, 말끝을 잘 살피면서 알맞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0.1.26.쇠/4347.1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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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 나오는 이라크는 두려워 떨지만 이라크에 들어와 만나는 이라크는
“우리가 보았던”은 “우리가 보던”으로 손보고, “떨고 있었지만”은 “떨지만”으로 손봅니다.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은 “이라크에 들어와 만나는 이라크”라고만 하면 됩니다. ‘이라크’라는 말이 세 차례 나오기도 하지만, ‘안’이라는 말은 군더더기입니다. 나라 바깥으로 나간 사람보고 “언제쯤 한국 안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지 않아요. “언제쯤 한국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습니다. ‘뉴스(news)’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야기’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