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71) 소량의 1


그 뒤에는 우엉과 당근과 토란, 그리고 소량의 돼지고기를 넣은 된장 국물을 끓인 다음 그 속에 걸쭉한 쑥 경단을 한 숟가락씩 떼어 넣으며 삶으면 된다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40쪽


 소량의 돼지고기를 넣은

→ 돼지고기를 조금 넣은

→ 돼지고기를 몇 점 넣은

 …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소량의 돼지고기”라 적습니다. 그러면, “다량의 돼지고기”를 말할 분도 있을까요?


  ‘소량(少量)’은 “적은 분량”을 뜻하고, ‘다량(多量)’은 “많은 분량”을 뜻하며, ‘대량(大量)’은 “아주 많은 분량이나 수량”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말을 쓰자면 이렇게 나눕니다. 그러나, 한국말로 ‘적게’와 ‘많게’와 ‘아주 많게’를 쓰면 아주 쉽고 또렷합니다. “다량의 돼지고기를 넣다”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많이 넣다”라 말해야 올바릅니다.


 사체에서 소량의 독극물이 검출되었다

→ 주검에서 독극물이 조금 나왔다

 소량의 술은 몸에 약이 된다고 한다

→ 조금 마시는 술은 몸에 약이 된다고 한다

→ 술 한 잔쯤은 몸에 약이 된다고 한다


  부피가 적으니 ‘적다’고 합니다. 부피가 많으니 ‘많다’고 합니다. 조금 넣을 적에는 ‘조금’이라 합니다. 살짝 넣을 적에는 ‘살짝’이라 합니다. 말을 알맞게 쓰지 않으니 자꾸 토씨 ‘-의’가 들러붙습니다. 4337.11.12.쇠/4347.1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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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에는 우엉과 당근과 토란, 그리고 돼지고기를 조금 넣은 된장 국물을 끓인 다음, 여기에 걸쭉한 쑥 경단을 한 숟가락씩 떼어 넣으며 삶으면 된다


“그 뒤에는”은 “그런 뒤에는”이나 “그렇게 한 뒤에는”으로 손질합니다. “그 속에”는 “여기에”로 바로잡습니다.



소량(少量) : 적은 분량

   - 사체에서 소량의 독극물이 검출되었다 / 소량의 술은 몸에 약이 된다고 한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27) 소량의 2


소량의 책이라도 신변에 항상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되풀이 읽을 수 있는 거리에 그것이 있어야 한다

《김수근-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공간사,1989) 41쪽


 소량의 책이라도

→ 몇 권 안 되는 책이라도

→ 책 몇 권이라도

→ 책 한두 권이라도

 …



  책을 셀 적에 ‘소량’과 ‘다량’ 같은 한자말을 넣어서 셀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글쎄, 이런 말은 없지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네 말투가 워낙 뒤죽박죽이다 보니까, 이러한 말투로 이야기를 할 분이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보기글에서도 “소량의 책”이라 나오고요. “소량의 책”을 말한다면 “다량의 책”도 말할까 모릅니다만, “적은 책”이나 “많은 책”이라 하면 되고, “책 몇 권”이나 “책 여러 권”이라 하면 됩니다.


  이 자리에서는 “적은 책”보다는 “몇 권 안 되는 책”이라 하면 한결 낫고, “책 한두 권”이라 해도 됩니다. 권수가 많다면 “가득 쌓인 책”이나 “넘치는 책”, “수백 권에 이르는 책”, “수천 권이나 되는 책”처럼 적습니다. 4340.2.20.불/4347.1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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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이라도 옆에 늘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되풀이 읽을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신변(身邊)’은 ‘가까이’나 ‘옆’으로 다듬고, ‘항상(恒常)’은 ‘늘’로 다듬으며, ‘거리(距離)’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 글월에서는 ‘자리’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있어야 한다”는 “책이 있어야 한다”로 손질하거나 “있어야 한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8) 소량의 3


우리 집 카레에는 소량의 돼지고기가 들어 있었고,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밀가루를 넣어 맛을 순하게 했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87쪽


 소량의 돼지고기가 들어 있었고

→ 돼지고기가 조금 들었고

→ 돼지고기가 몇 점 있었고

 …



  ‘소량’은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입니다. 한자말이기에 쓰지 말아야 할 낱말이 아니라 그저 한자말입니다. 한자말 가운데 한국에서 받아들여서 쓸 만한 낱말이 있는 한편, 한자말 가운데 한국에서 굳이 안 받아들여도 될 낱말이 있습니다.


  ‘스몰’은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영어이기에 쓰지 말아야 할 낱말이 아니라 그저 영어입니다. ‘스몰’이든 ‘small’이든 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쓸 수 있는데, 한국말에는 ‘작다’와 ‘적다’가 있어요. 한국말로 쓸 수 없다 싶은 자리가 있으면 ‘소량’이든 ‘스몰’이든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참말 우리는 ‘작다·적다’로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거나 일을 못할까요? 한자말 ‘소량’과 영어 ‘스몰’을 꼭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자꾸 나타나는 ‘소량 + 의’입니다. 4347.1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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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카레에는 돼지고기가 조금 들었고,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을 헤아려 밀가루를 넣어 맛을 부드럽게 했다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爲)해서는”은 “먹지 못하는 사람을 헤아려”로 손보고, ‘순(順)하게’는 ‘부드럽게’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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