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95) -의 : 영혼의 존재
인간은 상처를 받음으로써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51쪽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
→ 영혼이 있는 줄 아는
→ 영혼을 알아차리는
→ 넋이 있는 줄 아는
→ 넋을 알아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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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존재(存在)’ 같은 한자말이 아닌 한국말 ‘있다’로 적었다면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처럼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영혼의 이 있음을 알게 되는”처럼 글을 쓰는 분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토씨 ‘-의’도 떨구지 못하고, 말투마저 얄궂게 쓰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여러모로 얄궂습니다. 먼저, ‘받음으로써’가 얄궂고, 다음으로 “영혼의 존재”가 얄궂으며, 끝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가 얄궂습니다. 이 말투를 찬찬히 살펴서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1.1.4.쇠/4347.1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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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마음이 다치면서 넋이 있는 줄 흔히 알아차린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고, “상처(傷處)를 받음으로써”는 “생채기가 나면서”나 ‘다치면서’로 다듬습니다. ‘영혼(靈魂)’은 ‘넋’으로 손보고, “알게 되는 경우(境遇)가 많다”는 “알게 되곤 한다”나 “알기 마련이다”로 손볼 수 있는데, “흔히 알아차린다”나 “으레 알아차린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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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94) -의 : 이야기의 전개
에밀리와 샬럿은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성장한다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75쪽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 이야기가 흐르면서 함께
→ 이야기 흐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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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에서는 토씨 ‘-의’만 덜어도 “이야기 전개와 함께”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전개(展開)’라는 낱말까지 다듬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쯤으로 적을 수 있어요.
가만히 보면, 얄궂은 말씨나 말투가 드러나는 까닭은, 우리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 좋을 텐데 마음을 안 기울이거나 못 기울이기 때문이지 싶어요. 살짝살짝 살피고 되돌아본다면 우리 스스로 느끼기에도 훨씬 살가우면서 즐겁게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4341.1.4.쇠/4347.1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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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와 샬럿은 이야기 흐름과 함께 자란다
에밀리와 샬럿은 이야기가 흐르면서 함께 자란다
‘전개(展開)’는 ‘펼친다’나 ‘펼쳐진다’로 손볼 수 있는데, 이 자리에서는 ‘흐름’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성장(成長)한다’는 ‘자란다’나 ‘큰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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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7) -의 : 착한 마음일 때의 느낌
마디타도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착한 마음일 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김라합 옮김-마디타》(문학과지성사,2005) 99쪽
착한 마음일 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 착한 마음일 때 느낌이 참 좋았다
→ 착한 마음일 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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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에서는 ‘-의’를 덜면 됩니다. “착한 마음일 때”, “느낌이 참 좋았다”처럼, 두 글월을 하나로 이었기 때문입니다. 글흐름에서 어딘가 아쉽다면, 사이에 쉼표를 넣어, “착한 마음일 때, 느낌이 참 좋았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아무것도 안 붙이면 되거나 ‘,’를 넣으면 될 자리에 토씨 ‘-의’를 잘못 넣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하면, ‘느낌이’라는 말마디를 덜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참 좋았다”고 하는 말은 느낌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느낌이 참 좋았다”처럼 적어도 되고, “참 좋았다”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토씨 ‘-의’는 어디에도 붙지 않습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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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타도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착한 마음일 때 느낌이 참 좋았다
‘자기(自己)가’는 ‘스스로’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