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78] 유자 바구니
― 우리 집 살림살이는 나무
곁님 어머니가 김치를 보내 주었습니다. 커다란 상자 가득 담긴 김치를 보고는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리 집 뒤꼍으로 갑니다. 우리 집 유자나무 한 그루를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나무가 아직 그리 안 크고 가지도 많이 안 뻗습니다. 그렇지만 열매가 제법 달립니다. 잘 썰어서 차로 담기에 얼마 안 되는구나 싶지만, 두 집으로 나누어서 선물로 보내자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를 불러 함께 유자를 딴 뒤, 작은 종이상자에 담아서 우체국으로 들고 가서 부칩니다.
유자알만 넣으니 선물상자가 살짝 허전해서 굵은 모과알을 둘씩 보탭니다. 굵은 모과알을 둘씩 더하니 선물상자가 제법 도톰합니다.
덜 여문 유자는 따지 않습니다. 제대로 여물 때까지 여러 날 기다리기로 합니다. 유자나무에 남은 열매를 마저 따면 이 열매를 우리가 건사해서 쓸 수 있을 테지만, 남은 열매도 사랑스러운 이웃한테 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뒤꼍에 지난해에 심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는 올해에 꽤 잘 자랐어요. 이듬해에는 복숭아알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많이 서툴고 잘 모르며 제대로 보듬지 못했지만, 앞으로 하나씩 다스리고 건사하면서 우리 집 살림살이인 나무를 살뜰히 사랑하자고 생각합니다.
살림살이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보면, 무엇보다 첫째로 ‘나무’이지 싶습니다. 마당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후박나무도 우리 집 대단한 살림입니다. 후박나무 곁에 있는 초피나무와 동백나무도 우리 집 대단한 살림입니다. 가녀린 장미나무도 우리 집 살림이요, 매화나무와 감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뽕나무와 모과나무도 우리 집 살림입니다.
열매를 주기에 살림이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푸른 바람을 베풀고, 늘 푸른 그늘을 베풀며, 늘 푸른 노래를 베푸는 한집 숨결이기에 살림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하고 우리 집 나무 곁에 서서 굵직한 나뭇줄기와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살살 쓰다듬거나 껴안을 적에 무척 즐겁습니다.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