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5. 너는 어디에



  사진을 찍는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 뒷골목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 텃밭에 있을까요. 내가 선 곳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찍는지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왜 찍는지 생각합니다.


  사진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아니면 이름을 안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누군가는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저 즐겁게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사진역사를 찬찬히 읽다 보면, 적잖은 이들은 ‘역사에 남길 만한 사진’을 찾아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역사에 남길 만하다 싶은 이야기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셈입니다. 이리하여 오늘날에도 ‘역사에 남길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술이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문화가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사회 문제로 크게 불거질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참말 역사와 예술과 문화와 사회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역사가 되어야 사진일까요? 예술이 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닐까요? 문화로 피어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닌가요? 사회 문제를 터뜨리거나 건드리지 못하면 사진이 되지 못할까요?


  예나 이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은 ‘내가 가장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숲이나 물건’입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역사나 예술이나 문화나 사회 문제는 헤아리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어요.


  곰곰이 살피면, 시(동시)나 소설(동화)이나 수필이나 그림책 같은 문학을 보면, 거의 모든 작품이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예술·문화·역사·사회 문제를 건드리거나 다루거나 생각하는 문학도 제법 많지만, 사람들한테 널리 읽히거나 오랫동안 읽히는 문학은 으레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요. 나는 어디에 있는가요. 너는 어디에 있는가요.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나는 무엇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너는 무엇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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