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의 계단 1
무츠 도시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05



내 마음도 네 마음도 하늘

― 천국으로의 계단 1

 무츠 토시유키 글·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2003.7.25.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로 마실을 나옵니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면소재지 초등학교로 돌려서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두 아이는 아주 좋아합니다. 놀이터에 가는구나, 하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닿은 두 아이는 맨발이 됩니다. 이 가을에 맨발로 운동장을 휘젓습니다. 이 놀이기구를 타고, 저 놀이기구에 매달립니다. 누나가 앞장서서 달리며 동생을 이끌고, 동생은 누나와 함께 이 놀이를 하다가 저 놀이를 합니다.


  포근하게 햇볕이 내리쬡니다. 바람이 싱그럽게 붑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은 살랑살랑 흔들리고, 풀내음과 꽃내음이 상큼하게 퍼집니다.



- ‘이, 이건 말도 안 돼! 느닷없이 이런 일이 어딨어? 내 인생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잖아. 앞으로도 더욱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는데! 죽기 싫어. 장난하지 말란 말야!’ (10쪽)

- “너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자신이란? 타인이란? 인간이란? 삶이란? 죽음이란?” (17쪽)

- “너 자신을 믿어 봐.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거야. 너, 너는 그렇게 나쁜 인간이 아니야.” (29쪽)





  일곱 살 큰아이가 문득 작은 꽃송이를 알아봅니다. 조그마한 꽃이 노랗게 폈다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래서 아이한테 이 꽃한테는 괭이밥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이는 아버지한테서 들꽃 이름 한 가지를 듣습니다. 다만, 이 들꽃 이름을 이제까지 꽤 자주 들려주었지 싶어요. 아이는 꽃이름을 머릿속에 잘 담아 노래하듯이 읊을 때가 있지만, 그만 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집 둘레에서 뜯어서 먹는 풀을 놓고도, 이름을 잘 떠올리는 날이 있지만 이름을 영 모르는 날이 있어요. 한두 번, 또는 열 번이나 스무 번, 또는 백 번이나 이백 번 듣는다고 해서 잘 알 수 있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까닭이라면, 이 똑같은 일이 재미있거나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면서, 이 똑같은 일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마음으로 삭히지 못할 적에는 알지 못합니다. 아는 듯할 적에는 알지 못합니다. 알 때에 압니다.


  맨발로 노는 즐거움을 아니 맨발로 놉니다. 작은 풀꽃이 곱다고 느끼니 어느 곳에 가든 작은 풀꽃을 알아차립니다.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새 몸에 배거나 익었기 때문에 달갑잖은 몸짓이 톡 튀어나옵니다. 밤하늘 별을 올려다보지만 별빛이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지 않으니 별숨을 마시지 못합니다.



- ‘이 재수없는 아저씨가 그 코이치 씨란 말이지. 내 아름다운 추억의 만화를 만들어 준 에니메이터였을 줄이야.’ (47쪽)

- “지로가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이렇게 손가락을 치켜들고 딱 소리를 내면!” (59쪽)





  무츠 토시유키 님이 빚은 만화책 《천국으로의 계단》(학산문화사,2003)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는 아직 스물이 안 됩니다. 따로 학교를 다니지 않으며, 아버지한테서 절집을 물려받아 스님 노릇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절집 일에는 마음을 안 쏟습니다. 바깥에서 노닥거리는 데에 온마음을 쏟습니다. 이러던 어느 날 그만 저도 모르게 목숨을 잃고 하늘나라에 갑니다.


  하늘나라에 간 주인공 아이는 어리둥절합니다.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처음 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한 적 없고, 죽은 뒤 어찌 되는가를 헤아린 적 없습니다. 막상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니 비로소 두려움과 무서움이 겹칩니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줄 알아차립니다.



- “뭐가, 뭐가 운명이야! 그런 게 운명이라면, 여기서 내려다보는 당신들 눈엔 우리가 얼마나 하찮게 보이겠어! 인간을 만들어 놓구선! 책임도 안 지고!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쓰레기야! 사람 마음의 아픔도 모르는 인정머리 없는 쓰레기들이라고! 수명이라면 얼마든지 내 수명을 줄 수 있어!” (84쪽)

- “인간의 눈물에는, 그것 말고도 ‘무언가’가 더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소.“ (91쪽)





  죽고 나서야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 넋은 어떻게 될까요. 죽지 않고 아직 씩씩하게 살 적에 삶을 생각할 수 있으면 우리 넋은 어떻게 흐를까요.


  사는 동안 삶을 즐겁게 돌아보면서 아름답게 가꾸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삶을 아끼고 돌보면서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림을 보듬는 길은 누가 찾을 수 있을까요.


  하루가 흘러 밤이 되다가는 다시 아침이 됩니다. 아침에 동이 튼 뒤 밝고 따스한 낮이 됩니다. 차츰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되고 별이 돋는 밤이 됩니다. 하루는 언제나 흐릅니다. 삶은 언제나 흐릅니다. 내 삶은 한 자리에 고이지 않습니다. 늘 흐르면서 달라지고, 언제나 흐르면서 새 모습이 됩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은 바로 나요, 즐거움을 모르는 채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기쁘게 웃는 사람은 바로 나요, 기쁨을 모르는 채 눈물조차 없이 메마른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 “회사는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어! 하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아! 아버지도, 아마 그걸 바라고 계실 거야!” (157쪽)

- “저런 악마는 아니지만, 나도 가끔 인간이란 참 바보 같단 생각을 하곤 해. 하찮은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고, 돈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어.” (191쪽)





  내 마음이 하늘인 줄 안다면, 네 마음이 하늘인 줄 압니다. 내 마음이 사랑인 줄 안다면, 네 마음이 사랑인 줄 압니다. 내 마음이 하늘인 줄 모르기에, 네 마음이 하늘인 줄 모릅니다. 내 마음이 사랑인 줄 모르니, 네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 “초능력 따위 빌리지 않겠어! 엄마는, 내가 내 힘으로 구할 거야!” (200쪽)

- ‘마음속까지 벚꽃이 피었다.’ (109쪽)



  만화책 《천국으로의 계단》은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아름답게 삶을 가꾸는 길은 바로 이곳에 늘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나 스스로 찾는 삶이 나 스스로 가꾸는 삶입니다. 나 스스로 사랑할 하루가 나 스스로 누리는 하루입니다.


  새벽에 큰아이가 잠에서 깹니다. 쉬가 마렵답니다. 쉬를 누이고 들어가는 길에 미역을 끊어서 불립니다. 동이 트고 멧새가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와 노래를 부르면, 천천히 일어나 새롭게 미역국을 끓여야지요.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끓이는 미역국은 우리 집 네 사람이 모두 맛나게 먹으면서 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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