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미역 책읽기



  셋째 아이가 두 달 만에 다른 나라로 떠났다. 곁님은 핏덩어리를 내놓았다. 두 아이를 낳았을 때와 똑같이 몸을 보살펴야 한다. 기장미역을 끊어야 하기에 읍내에 아침 일찍 나가 보는데, 기장미역을 다루는 곳을 못 찾는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이 미역도 좋은데 이걸로 사시지?”이다. ‘기장미역’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하는 아지매나 할매도 많다.


  바닷가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지난날에 아기를 어떻게 낳으셨을까 그려 본다. 바닷가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지난날에 ‘아버지’가 미역을 끊었을는지 ‘어머니’가 아기도 낳고 미역도 손수 끊었을는지 그려 본다.


  고흥에서는 기장미역을 장만할 수 없구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마침 살림돈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 요즈음인데, 기장미역과 소고기를 어떻게 장만해야 하지? 그제 밤에 셋째 아이 핏덩어리를 무화과나무 둘레에 심은 뒤, 어제 낮에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난 셋째 아이 이야기를 하니, 형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형은 형 동무 가운데에도 아이를 일찍 떠나 보낸 동무가 여럿 있단다.


  형이 엊저녁에 미역과 소고기를 장만하라면서 돈을 부쳐 준다. 나는 이 돈을 받아 오늘 아침에 읍내에 가서 소고기와 수박과 능금과 배와 치즈를 장만한다. 오늘 저녁에 두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에 가서 케익을 하나 장만한다. 곁님 뱃속에서 두 달 머물다 떠난 아이한테 케익 한 점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셋째 아이한테는 따순 밥이랑 국 한 그릇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그야말로 바람처럼 가벼우면서 싱그럽게 온누리를 훨훨 날면서 기쁜 웃음노래를 누구한테나 베풀어 주겠지. 4347.10.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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