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이 이야기를 쓰기
셋째 아이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제대로 쓰지도 못했는데, 셋째 아이가 바람처럼 우리 집에 찾아왔다가 벼락처럼 돌아갔다. 셋째 아이에 앞서 우리한테 찾아온 첫째와 둘째를 떠올린다. 첫째와 둘째는 우리 집에 비바람과 벼락을 몰고 찾아왔다. 참말 놀랍게도 두 아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 날 ‘날씨는 아침까지 무척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는데, 저녁이 되고 밤이 되자 벼락이 엄청나게 내리치고 비바람이 드세게 몰아쳤다. 셋째 아이가 두 달 만에 다른 곳으로 돌아가던 엊그제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전남 고흥 시골자락은 다른 고장과 달리 가을비가 내린 뒤에 외려 무척 더웠다. 첫째와 둘째는 ‘덥다’면서 민소매옷을 입었다. 그런데, 셋째가 바람처럼 돌아가던 밤에 갑작스레 큰비가 벼락을 이끌고 와서는 몰아쳤다. 그러고는 셋째가 바람처럼 갔다.
셋째 아이를 무화과나무 곁에 묻었다. 셋째 아이를 무화과나무 곁에 묻은 뒤 곁님한테 이야기를 하는데, 내 입에서는 자꾸 “무화과나무 곁에 심었다”는 말이 나왔다. 아마 세 차례나 이렇게 말했지 싶다. 아이가 씨앗인가, 나는 왜 아이를 ‘심었다’고 자꾸 말했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아이들은, 또 어른들은, 누구나 모두 늘 나무요 씨앗이다. 그러니, 셋째 아이를 무화과나무 곁에 ‘심었다’고 할 수 있겠지.
셋째 아이한테 어떤 이름을 붙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한동안 ‘이름짓기’를 잊었다. 이러는 사이에 셋째 아이는 바람이 되어 흘러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 집 다섯 사람” 모습을 헤아려 본다. 4347.10.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