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6) 시작 55
하지만 바주빌 마을 여자들이 모두 일본식 정원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었던 거야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55쪽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야
→ 모자를 쓰고 다니고 나서야
‘시작’이라고 하는 한자말은 ‘처음’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 씁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바주빌이라는 마을에 있는 여자들이 ‘모두’ 어떤 모자를 쓴 뒤, 누군가가 어떤 모자를 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이 보기글에서는 ‘처음’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을 수 없습니다.
넣을 수 없는 자리에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은 까닭이라면, 이 한자말을 워낙 입과 손에 붙인 탓일 테지요. 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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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바주빌 마을 여자들이 모두 일본 꽃밭 모자를 쓰고 다니고 나서야 그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었어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봅니다. “일본식(-式) 정원(庭園 모자”는 “일본 앞뜰 모자”나 “일본 꽃밭 모자”로 손질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거야”는 “다닐 수 있었어”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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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8) 시작 56
모두 오토바이로 달려와 밀기 시작했단다. 난 안장에 그대로 앉아 있었지 …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단다 …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요.” … “너부터 시작해 보렴.”
《파울마르/프란츠 비트캄프/유혜자 옮김-기차 할머니》(중앙출판사,2000) 65, 71, 72쪽
모두 달려와 밀기 시작했단다
→ 모두 달려와 밀었단다
→ 모두 달려와 밀어 보았단다
달리기 시작했단다
→ 달렸단다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 어떤 글자로 여는
→ 어떤 글자로 하는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
→ ㄱ으로 여는 낱말
→ ㄱ으로 하는 낱말
너부터 시작해 보렴
→ 너부터 해 보렴
→ 너부터 말해 보렴
입버릇이나 글버릇으로 굳으면 자주 씁니다. 맞는 말투이든 틀린 말투이든 사람들은 버릇처럼 어떤 말투를 쓰기 마련입니다. 제자리에 멈춘 오토바이를 굴리려고 밀고, 오토바이가 부릉부릉 달립니다. 말짓기놀이를 합니다. 한 사람이 먼저 말머리를 엽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처럼 적습니다. 이 글월에는 “시작해 볼까”처럼 적지 않아요.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말짓기놀이를 시작해 볼까”처럼 적으면 아주 얄궂을 테니까요.
말짓기놀이를 할 적에는 어떤 글자를 먼저 밝힙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고 싶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때에는 ‘열다’라는 낱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첫머리를 열기에 ‘열다’를 넣습니다.
보기글에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처럼 적듯이, “너부터 시작해 보렴”이 아닌 “너부터 해 보렴”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놀이를 합”니다. 놀이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일을 하”며 “꿈을 꿉”니다. 밥을 먹기 ‘시작’하지 않고, 일을 하기 ‘시작’하지 않으며, 꿈을 꾸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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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오토바이로 달려와 밀었단다. 난 안장에 그대로 앉았지 … 소리를 내며 달렸단다 … “어떤 글자로 여는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 “ㄱ으로 여는 낱말이요.” … “너부터 해 보렴.”
“앉아 있었지”는 “앉았지”로 다듬고, ‘단어(單語)’는 ‘낱말’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