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7] 큰술·작은술



  어릴 적에 곧잘 부엌일을 거들었습니다. 내가 사내 아닌 가시내로 태어났으면 어머니는 한결 홀가분하게 부엌일을 시키셨을 텐데, 사내로 태어난 터라 부엌일을 덜 시켰으리라 느낍니다. 무엇 좀 도울 일이 없느냐고 여쭈면 으레 “없어.” 하시지만, 도무지 손을 쓰실 수 없을 적에 “도와줘.” 하고 부르시면서 “저기 숟가락으로 소금 큰술로 하나 넣어 줘.” 하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입으로 아이한테 무언가 시킬 적에 ‘큰술’과 ‘작은술’로 부피를 가누셨어요. “두 큰술”이라든지 “작은술 반”이라 말씀하셨지요. ‘큰술’은 밥을 먹는 숟가락입니다. ‘작은술’은 찻숟가락입니다. 어릴 적부터 요리책을 가끔 들추었는데, 요리책에도 으레 ‘큰술·작은술’로 양념이나 간을 맞추도록 이끕니다. 그렇지요. 부엌에서 쓰는 ‘부엌말’입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이 낱말이 안 실립니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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