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102) 커브(curve) 1


이제 투쟁은 직선이 아니라 커브에 와 있다

《님 웨일즈/편집실 옮김-아리랑 2》(학민사,1986)


 커브에 와 있다

→ 모퉁이에 있다

→ 갈림길에 있다

→ 모퉁이에 섰다

→ 갈림길에 섰다

 …



  ‘직선(直線)’은 “곧은 줄”을 가리킵니다. ‘커브(curve)’는 “굽은 길”을 가리킬 테지요. 그러니까 여태까지는 싸움이 곧게 한길로 나아갔으나 이제는 한풀 꺾이거나 어느 한쪽으로 돌아가는 자리, 갈림길에 왔다는 소리입니다.


 이 길 끝에서 커브를 돌면 보인다

→ 이 길 끝에서 돌면 보인다

→ 이 길 끝에서 모퉁이를 돌면 보인다

 차가 커브를 도는 바람에

→ 차가 갑자기 도는 바람에

→ 차가 한쪽으로 도는 바람에


  보기글을 쓴 분은 한자말과 영어를 쓸 뿐, 한국말을 쓰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한자말로 ‘직진·좌회전·우회전’이나 ‘커브·유턴’ 같은 말을 씁니다. 한국말로 ‘곧게·왼쪽·오른쪽’이나 ‘꺾어서·돌아서’ 같은 말은 좀처럼 안 써요.


  “왼쪽으로 꺾으셔요”나 “오른쪽으로 돌으셔요”라 말하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알기 어려울까요. ‘왼꺾기·오른꺾기’나 ‘왼돌기·오른돌기’ 같은 낱말을 새로 지어서 쓰기는 힘들까요. 4338.10.19.물/4347.10.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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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싸움은 곧은길이 아니라 굽은길에 섰다


‘투쟁(鬪爭)’은 ‘싸움’으로 손보고, ‘직선(直線)’은 ‘곧은길’로 손보며, “와 있다”는 “왔다”나 “있다”나 “섰다”로 손봅니다.



커브(curve)

1. 길이나 선 따위의 굽은 부분

   - 이 길 끝에서 커브를 돌면 보인다 / 차가 커브를 도는 바람에

2.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가까이에 와서 변화하면서 갑자기 꺾이는 것


..


 얼결에 물든 미국말

 (690) 커브 2


기차가 둥그렇게 커브를 돌았어요. 엄마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파울마르/프란츠 비트캄프/유혜자 옮김-기차 할머니》(중앙출판사,2000) 36쪽


 둥그렇게 커브를 돌았어요

→ 둥그렇게 돌았어요

→ 둥그렇게 굽이를 돌았어요

→ 둥그렇게 굽이길을 돌았어요

 …



  한국말에 ‘굽이·굽이길’이 있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굽이’나 ‘굽이길’로 다듬으면 됩니다. 한편, 이런저런 말 모두 안 쓰고 “기차가 둥그렇게 돌았어요”처럼 적어도 돼요. “기차가 둥그렇게 모퉁이를 돌았어요”처럼 적어도 됩니다. 자동차를 모는 분들은 으레 “저쪽에서 커브를 틀어” 하고 말하는데, 이때에도 “저쪽에 틀어”라든지 “저쪽에서 (왼쪽으로/오른쪽으로) 틀어” 하고 말하면 됩니다. 4347.10.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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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둥그렇게 돌았어요. 엄마가 더는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의 모습이”는 “엄마 모습이”나 “엄마가”로 다듬습니다. “더 이상(以上)”은 “더”나 “더는”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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