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꾸면 헌책방 살아나는가?
책방을 찾는 사람은 간판을 보고 찾아가지 않는다. 책방에 깃든 책을 보려고 책방에 간다. 그런데, 공무원이 책방을 돕겠다면서 하는 일이란 ‘간판 바꾸기’이다. 이명박이라고 하는 분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적에 ‘청계천 살리기’를 한다면서 서울 청계천 둘레에 있던 헌책방 간판을 새 것으로 갈아 주었다. 그리고, 올해 2014년에 네이버라는 회사에서 이곳 서울 청계천 헌책방 간판을 새것으로 갈아 주었단다. 헌책방에서 쓰던 간판이 한글이 아니었는가? 그동안 모두 한글 간판을 붙였을 텐데, 네이버에서 한글날을 맞이해서 ‘한글 간판’으로 바꾸었다면서 홍보를 하니 아리송하기만 하다. 처음부터 한글이던 간판을 ‘다른 한글 간판’으로 바꾼 일이 얼마나 대단한가? 게다가 ‘청계천 살리기’를 한다면서 제법 돈을 들여 바꾼 간판이 얼마나 낡았다고 벌써 새 간판을 올려야 했을까? ‘오래된 책방 간판’은 역사나 문화가 아니라는 뜻인가?
헌책방을 돕고 싶다면 ‘간판 갈기’ 같은 일은 안 하기를 바란다. ‘책방 간판 갈기’는 도시에서 ‘보도블록 새것으로 갈기’하고 똑같은 일이다. 간판 바꿀 돈이 있으면, 이 돈으로 책방 임대료를 돕는 데에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또는, 헌책방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잡지나 단행본을 내는 데에 돈을 쓰기를 바란다. 또는, 헌책방 영업을 배우고 싶은 젊은이를 키우는 데에 돈을 쓰기를 바란다.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