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89) -의 상태 1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걸렸다. 도로가 나쁘다기보다는 도로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포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이케자와 나쓰키/노재영 옮김-문명의 산책자》(산책자,2009) 227쪽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 길 상태가 좋지 않아
→ 길이 좋지 않아
…
놓인 모양이나 형편을 가리켜 한자말 ‘상태’로 적바림하곤 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은 그대로 둘 수 있고, 알맞게 털어낼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면 얼마든지 그대로 두면서 내 말투를 가다듬습니다. 털어낼 때가 한결 낫다고 여긴다면 앞뒤 흐름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손질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다” 같은 말마디는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몸이 좋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기차가 끊긴 상태여서” 또한 그대로 두거나, “기차가 끊겨서”나 “기차가 끊기고 말아서”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거의 탈진한 상태로”라 한다면 “거의 기운이 빠진 채로”나 “기운이 거의 빠진 채로”로 손질할 수 있어요.
생각을 조금 더 기울이면 누구나 알뜰살뜰 가다듬을 길을 찾아냅니다. 마음을 하나하나 쏟거나 바치면 언제라도 싱그럽게 다독일 길을 뚫습니다.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니 찾지 못하는 길입니다. 마음을 바치거나 쏟지 않으니 다독이지 못하는 길입니다.
도로가 나쁘다기보다는 (o)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x)
이 보기글을 들여다보면, 두 군데에서 “도로의 상태”로 적바림하고, 한 군데에서는 “도로가 나쁘다”로 적바림합니다. 그러니까, 세 군데 모두 “도로가 좋다”나 “도로가 나쁘다”로 적바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마음을 들였다면 “길이 좋다”나 “길이 나쁘다”로 적바림할 수 있었겠지요.
도로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 길을 손질하려고
→ 길을 판판하게 하려고
→ 길을 다니기 좋도록 하려고
…
사람이 다니는 길은 처음에는 다집니다. 다음으로는 닦습니다. 그러고 나서 손질합니다. 다니기 한결 낫도록 판판하게 다스립니다.
이 흐름을 하나하나 살필 수 있다면, 우리 삶자락을 나타내는 말마디를 한결 알차게 여밀 수 있습니다. 이 고리를 곰곰이 뜯어볼 수 있으면, 우리 삶결을 드러내는 글줄을 더욱 튼튼하게 엮을 수 있습니다. 내 말 한 마디는 내 넋 한 구석입니다. 내 글 한 줄은 내 얼 한 조각입니다. 4343.1.7.나무/4347.10.1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길이 좋지 않아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걸렸다. 길이 나쁘다기보다는 길을 손질하려고 아스팔트를 깔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도로(道路)’는 ‘길’로 다듬고, “개선(改善)하기 위(爲)해”는 “고쳐 놓으려고”나 “손질하려고”로 다듬습니다. “포장(鋪裝) 공사(工事)를 하고 있기”는 “아스팔트를 깔기”나 “시멘트를 깔기”로 손질해 줍니다.
상태(狀態) : 사물ㆍ현상이 놓여 있는 모양이나 형편
- 건강 상태가 좋다 / 기차가 끊긴 상태여서 / 거의 탈진한 상태로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3) -의 상태 2
그럼 다른 허브들의 상태는 어떨까
《안비루 야스코/송소영 옮김-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예림당,2012) 75쪽
허브들의 상태는 어떨까
→ 허브들은 어떨까
→ 허브들은 어떻게 있을까
…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기에 “상태는 어떨까” 하고 묻습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상태는 어떨까”처럼 적으면서 묻기보다는 “어떻게 있을까”처럼 적을 때에 한결 또렷합니다. 꾸밈없이 적으면 되고, 느낌대로 적으면 됩니다. 다른 허브들은 괜찮은지 궁금하다면 “다른 허브들은 괜찮을까”처럼 적으면 돼요. 다른 허브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면 “다른 허브들은 잘 있을까”처럼 적으면 되지요.
이밖에 “다른 허브들은 잘 자랄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씩씩할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튼튼할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안 시들었을까”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