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64) 위 2 : 윤리적 가정 위에서


두 사람은 모두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다는 적절한 윤리적 가정 위에서, 외면상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태도로 행동하고 또 반응한 듯하다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159쪽


 적절한 윤리적 가정 위에서

→ 윤리로 알맞게 어림을 하고

→ 윤리로 알맞게 헤아리면서

→ 윤리를 알맞게 생각하면서

 …



  보기글에 나온 “가정 위에서”는 잘못 쓰는 말투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으레 “가정 下에서”나 “가정 아래”처럼 쓰는 분도 있는데, ‘下’를 넣든 ‘아래’를 넣든 ‘위’를 넣든, 또 ‘上’을 넣든 모두 잘못 쓰는 말투입니다.


  한자말 ‘가정’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가정에서”라고만 적어야 합니다. 앞말도 한자말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적절한 윤리를 바탕으로 가정하면서”처럼 적어야 할 테고요. 왜냐하면, 한국말은 한국 말법으로 적어야지, 서양 말법이나 번역 말투로 적을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은 “생각 위에서”나 “마음 위에서”나 “사랑 위에서”나 “믿음 위에서”처럼 말하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엉뚱하게 붙이는 ‘위’인 줄 못 깨닫는 사람이 제법 많고, 이런 말투가 자꾸 퍼지기만 합니다. 이런 말투를 바로잡는 사람이라든지, 이런 말투가 잘못인 줄 알려주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날과 달리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일이 잦습니다. 앞으로도 외국책은 한국말로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한국말로 알맞게 옮기지 않으면 어찌 될까 근심스럽습니다. 번역을 하는 분들은 창작을 하는 분들 못지않게 한국말을 더 꼼꼼히 살피고 배우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창작을 하는 분들은 한국말 학자나 한국말사전 편찬자 못지않게 한국말을 더 찬찬히 헤아리고 익히면서 아름답게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삶을 살리면서 말을 살리고, 말을 살리면서 삶을 살리는 줄 모두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빌어요. 삶과 말은 늘 한동아리인 만큼, 말을 새롭게 배우고 꾸준히 갈고닦는 삶이란,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는 길이 되리라 봅니다. 4339.6.8.나무/4347.10.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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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모두 사람이 하느님 모습을 따라 지었다는 윤리를 알맞게 생각하면서, 겉보기로는 매우 올바르게 움직이고, 또 받아들인 듯하다


“두 사람은 모두 인간(人間)이”에서 같은 말이 잇달아 나오니, “둘은 모두 사람이”로 다듬고, “하느님의 형상(形象)을 따라 창조(創造)되었다는”은 “하느님 모습을 따라 지었다는”으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적절(適切)한 윤리적(倫理的) 가정(假定)”이란 무엇일까요? 알맞은 윤리를 바탕으로 삼아 임시로 하는 생각이라는 뜻이 될 텐데, 무엇을 가리키는 셈일까요? ‘외면상(外面上)으로는’은 ‘겉보기로는’이나 ‘겉보기에는’이나 ‘겉으로 보면’이나 ‘겉으로 보기에는’으로 손봅니다. “합리적(合理的)인 태도(態度)로 행동(行動)하고 반응(反應)한”은 “올바르게 움직이고 또 받아들인 듯하다”나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또 움직인 듯하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96) 위 10


미모사 부인은 멍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와 의자 위에 그만 털썩 주저앉았어요 … “홍당무 부인 머리 위에서!”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11, 55쪽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 걸상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부인 머리 위에서

→ 아주머니 머리에서



  파리나 모기가 날다가 어디에 앉습니다. 그렇지요. ‘어디에’ 앉습니다. ‘어디 위에’ 앉지 않습니다. ‘콧등’에 파리가 앉고, ‘팔뚝’에 모기가 앉습니다. ‘콧등 위’나 ‘팔뚝 위’에 앉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걸상에 앉습니다. ‘걸상’에 앉을 뿐입니다. 집에 침대가 있으면 ‘침대’에 눕습니다. 그뿐입니다.


  공을 던진다면 “걸상 위로 넘기도록 공을 던진다”고 하겠지요. 공놀이를 하다가 “공을 담 위로 넘긴다”고 합니다. ‘위’를 넣으면 어느 곳을 훌쩍 넘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걸상 위에서 붕붕 나는 벌”이라든지 “머리 위에서 팔랑팔랑 나는 나비”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7.10.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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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사 아주머니는 멍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와 걸상에 그만 털썩 주저앉았어요 … “홍당무 아주머니 머리에서!”


‘부인(夫人)’은 ‘아주머니’나 ‘댁’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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