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 5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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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89



언제나 배우고 새로 배우는

― 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 5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9.7.25.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이 늙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우리 둘레를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우리 둘레를 새롭게 바라보지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바라볼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을 짓는 사람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을 짓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사람이어야 산 목숨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죽은 목숨입니다.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야 사랑을 속삭일 수 있습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속삭이지 못합니다.



- “자네 논문에는 유감스럽게도 볼 만한 점이 하나도 없었네.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네는 대학이란 걸 오해하고 있는 거야.” (11쪽)

- “공부한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이건 아직 케인즈 이론의 요약에 지나지 않아. 여기에는 자네 자신의 해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군.” “그, 그럼 또 유급이란 말씀입니까?” “이건 유급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난 단지, 이걸 논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걸세.” (15쪽)





  학생이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학생이나 학교라는 굴레를 쓰지 않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그저 배울 뿐입니다. 잘 살펴보셔요.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붙였으나 안 배우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학교라는 데를 다니지만 안 배우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넣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배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해서 즐겁게 지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배웁니다. 나이 여덟 살에 초등학교를 넣고, 나이 열네 살에 중학교를 넣는다고 해서 배우지 않아요.


  교과서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일은 배움이 아닙니다. 시험성적을 잘 받도록 하는 일은 배움이 아닙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도록 하는 일은 배움이 아닙니다. 배움은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되도록 스스로 가다듬는 일입니다.



- ‘이게 도서관이야 방이야? 무슨 어른이 공부를 하냐? 아버지란 건 원래 술 취해 들어와서 밥 먹고 방귀 뀌고 잠자는 건데. 뭐야, 이 아저씨는?’ (34쪽)

- “왜 동창회에 한 번도 안 나타났나?” “앞으로 전진하고 싶어서, 라고나 할까.” (65쪽)





  야마시타 카즈미 님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학산문화사,2009) 다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는 늘 새롭게 배우려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배우고 다시 배우려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하루가 즐거우니 배웁니다. 배우는 하루가 즐겁기 때문에, 즐겁게 배운 이야기를 이웃과 동무한테 기꺼이 가르칩니다.


  다시 말하자면,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는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삶을 누리는 사람이요, 늘 삶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 “과거는 뒤돌아보지 않는 주의라고 하지 않았나?” “자에 부인은 예외야. 밝고 명랑하고, 내 서투른 바이올린 소리에 처음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지. 내가 아주 좋아했어.” (69쪽)

- “내가 여태 자네를 오해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감정 같은 건 없는 사람으로 말야. 내가 자네 부인한테 말했지. ‘그런 감정 없는 남자와 결혼하면 당신은 불행해집니다’라고 했더니.” “그랬더니?” “자네 부인 말이, ‘그 사람은 사실, 감정이 아주 풍부한 사람이에요. 표현이 조금 적을 뿐이지.’ 자네 부인이 사람을 훨씬 잘 본 거라구.” (72쪽)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나는 너한테서 배우고 싶다’입니다. 유택 교수는 사람을 재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사람은 오늘 이곳에서 어떤 넋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 내 앞에 있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오늘 이곳에서 어떤 넋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내 둘레를 밝히려 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바라보기에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알기에 제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생각하기에 제대로 삶을 지어 하루하루 기쁘게 누릴 수 있습니다.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한 가지도 배우지 못합니다. 언제나 제대로 바라보는 몸가짐부터 다스릴 노릇입니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느껴서, 제대로 삭힐 줄 아는 몸가짐을 추스를 노릇입니다.





- ‘기뻤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가 내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늘 그 세계를 접하게 된다. 학문 탐구는 단지 책이나 학교를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로부터 새들로부터 대지로부터 그리고 사람들과의 교류로부터 많은 발견을 하게 된다는 것을 그는 몸소 실천하고 있다. 산다는 것, 그것이 곧 학문이다.’ (144쪽)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는 틈틈이 시계를 봅니다만, 굳이 시계를 안 보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유택 교수는 스스로 몸에 ‘삶’을 새겼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즐겁게 배우는 삶이니, 군더더기가 한 가지도 없습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삶이 아니라, 늘 새롭게 바라보면서 배운다는 삶이기에, 스스로 바라볼 것만 바라봅니다. 스스로 바라볼 것만 바라보기 때문에, 유택 교수 앞에 허깨비가 나타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아니, 유택 교수한테는 허깨비가 보이지 않습니다. 허깨비는 삶이 아니니까요.


  먼먼 옛날부터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이 해마다 다시금 씨앗을 심어 기를 수 있는 까닭은 해마다 즐겁게 삶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따스한 봄볕을 배웁니다. 더운 여름햇살을 배웁니다. 싱그러운 가을볕을 배웁니다. 포근한 겨울햇살을 배웁니다. 해마다 똑같은 땅에 심어도 해마다 다르게 돋으면서 즐거운 밥이 되는 남새와 열매를 만나서 배웁니다. 우리가 먹는 오이는 ‘오이’라는 이름으로는 똑같으나, 생김새나 맛이나 모양이 같은 오이는 하나도 없어요. 수박을 쪼갤 적에 수박씨가 똑같이 박히는 일이란 없어요. 들딸기가 똑같은 자리에 돋는 일이란 없어요. 똑같은 감나무에서 얻는 감알은 늘 모양새가 다른데, 해마다 또 다른 모양새로 열매를 맺어요.


  가만히 지켜보면 삶은 늘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삶이니 언제나 환하게 웃으면서 배웁니다. 웃으면서 배우는 사람은 평화만 생각합니다. 평화만 생각하면서 삶을 짓는 사람은 오직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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