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228) 결과를 낳다


예를 들어 목재와 광물자원에 대한 소비계층의 만족을 모르는 수요는 가난한 원주민들의 삶터인 열대우림의 파괴를 부추기고 있고, 삼림벌채와 소각을 통해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케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앨런 타인 더닝/구자건 옮김-소비사회의 극복》(따님,1997) 49쪽


 멸종케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멸종시킨다

→ 없애고 만다

→ 없애 버린다

→ 사라진다

→ 사라지고 만다

 …



  한자말 ‘결과(結果)’는 ‘열매’를 뜻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말은 ‘열매’인데,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일본을 거쳐 한자말이 수없이 들어왔다는 뜻이요, 한국사람이 예부터 누구나 흔히 쓰던 ‘열매’라는 낱말이 ‘결과’라는 한자말한테 밀리거나 밟힌다는 뜻입니다.


  보기글을 생각합니다. “열매를 낳고 있다”인 셈인데, 이런 말을 누가 어디에서 왜 언제 쓰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고 있다”처럼 적은 현재진행형 말투가 잘못입니다. “열매를 낳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열매를 낳다”라는 말을 시골에서 쓸까요? “감나무가 열매를 낳았어”나 “대추나무가 열매를 낳았구나”처럼 말할까요?


  어쩌면, 쓸는지 모르고, 아무래도,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도 어른도 “감나무가 열매를 맺었어”나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렸구나”처럼 말하지 싶습니다.


 수많은 생물을 죽여 없앤다

 수많은 생물이 죽어서 사라진다

 수많은 생물이 목숨을 잃는다

 수많은 생물이 목숨을 빼앗긴다


  이 자리에서는 “어떻게 된다”는 뜻에서 한자말 ‘결과’를 씁니다. “수많은 생물을 죽여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면 어딘가 어설픕니다. 모양새는 한국말이지만 영 한국말답지 않습니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열대숲을 자꾸 무너뜨린다. 이리하여, 숲을 베거나 불태우는 사이 수많은 생물이 목숨을 빼앗긴다.”처럼 다시 써 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결과를 낳는다”를 글 끝에 넣지 말고, “이리하여”나 “그래서”를 글 앞에 넣어야지 싶습니다. 이음말을 글월과 글월 사이에 넣어야 하는데,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뒤죽박죽으로 글을 썼구나 싶습니다. 4337.5.25.불/4347.10.4.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를테면 나무와 광물을 엄청나게 써대는 사람들은 끝없이 쓰고 또 쓰면서 가난한 원주민 삶터인 열대숲을 자꾸 무너뜨리고, 숲을 베거나 불태우는 사이 수많은 생물을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예(例)를 들어”는 “보기를 들어”나 “이를테면”으로 다듬고, ‘목재(木材)’는 ‘나무’로 다듬으며, “소비(消費)계층(階層)의 만족(滿足)을 모르는 수요(需要)는”는 “소비계층이 쓰고 또 쓰면서”나 “소비계층이 끝없이 쓰기만 하면서”로 다듬습니다. “원주민(原住民)들의 삶터”는 “원주민 삶터”나 “토박이들이 사는 터”로 손보고, “열대우림(-雨林)의 파괴(破壞)를 부추기고 있고”는 “열대숲을 자꾸 무너뜨리고”나 “열대숲을 더 망가뜨리고”로 손보며, “삼림(森林)벌채(伐採)와 소각(燒却)을 통(通)해”는 “숲을 베거나 불태우는 사이”로 손봅니다. “멸종(滅種)케 하는”은 “멸종시키는”이나 “없애고 마는”이나 “죽여 없애는”이나 “없애 버리는”으로 손질하고, “낳고 있다”는 “낳는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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