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프고 싶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지음,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 이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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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아프고 싶어!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글

 이수연 옮김

 시공사 펴냄, 1995.3.12.



  아이들과 지내는 어버이는 아픈 날이 있으면 여러모로 고단합니다. 어버이 몸이 아프면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주기에도 힘들고, 아주 조그마한 일 하나조차 몹시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아닌 어른이 아프면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훨씬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파서 끙끙거리는 아이를 바라보고 이마를 쓸어넘기다가 문득 눈물을 글썽입니다. 어버이가 아파야지 왜 너희들이 아프니, 하고 생각합니다.


  며칠 아프던 아이들은 곧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납니다. 가을 한복판에 마을 빨래터에서 개구지게 물놀이를 하다가 춥다고 벌벌 떠는 아이들은 잠자리까지 춥다는 말을 입에 달더니, 이튿날 아침이 되니 언제 춥다고 말했느냐는듯이 멀쩡하게 얇은 옷을 입고 훨훨 날면서 땀을 옴팡 쏟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며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언제 튼튼하고 언제 아픈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이들은 아플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한테 아플 일이 있다면, 자동차를 너무 오래 탔다든지, 시골집을 떠나 도시에서 오래 지냈다든지,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여러 끼니 먹였다든지, 시끄럽거나 복닥거리는 데에서 너무 오래 데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두리번두리번 살핍니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봅니다. 아이들은 여느 때에 스스로 보고픈 것만 보면서 마음껏 뛰노는데, 도시처럼 복닥거리는 데에 가면 그만 넋을 잃고 이것저것 홀려서 바라보느라 바빠요. 이때에 아이들은 기운을 잃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걷고 달리고 뒹굴고 기고 놀기를 바랍니다. 자가용을 태워 준대서 아이들한테 반갑지 않습니다. 살짝 자동차를 얻어타고 조금 달리면 괜찮지만, 몇 분만 지나도 아이들은 좀이 쑤십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멀다 싶은 길이어도 스스로 걷고 싶습니다. 아이 스스로 다리가 아파서 지칠 때까지 걷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온몸을 움직이면서 놀고 싶거든요.





.. 엘리자베스는 투덜거렸습니다. “이건 불공평해! 엄마가 오빠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동안, 난 일어나서 옷을 입어야 하잖아.” ..  (10쪽)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픕니다. 햇볕을 먹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싱그러이 흐르는 바람을 마시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맑게 흐르는 물을 마시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과자를 많이 먹어서 아플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뛰놀지 못한 터전이 아이한테 가장 나쁩니다. 햇볕을 쬐지 못하고, 바람을 쐬지 못하며, 냇물과 빗물을 누리지 못할 때에 아이한테 참으로 나빠요.


  그러니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한테 무엇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면서 자랄 때에 튼튼한가를 제대로 바라보고 느껴서 깨달아야 합니다.


  예방주사는 몸이 잘못되지 않도록 지켜 주지 않습니다. 몸이 잘못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은 온몸을 마음껏 움직이면서 날마다 땀을 몇 바가지씩 쏟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옷을 여러 벌 갈아입을 만큼 뛰놀아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에 아이들이 아파요. 싱그러이 흐르는 바람이 없으니 아이들이 아파요. 시멘트 교실에 아이들을 가두고는 형광등 불을 훤한 낮에도 켜니까 아이들이 아파요.


  책으로 지식을 배워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 튼튼하게 자라면서 새로운 삶을 누려야 할 아이들입니다. 학교를 다니며 교과서 지식으로 시험공부를 잘 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동무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어디이든 거리끼지 않고 뛰놀 수 있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 엘리자베스도 아팠습니다. 엄마는 엘리자베스에게 음식을 먹여 주셨습니다. 아빠는 열이 내리라고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주셨습니다 ..  (16∼17쪽)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님이 그림을 그리고,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님이 글을 쓴 《나도 아프고 싶어!》(시공사,199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오빠가 먼저 몸이 아파 눕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오빠한테 달라붙어 보살피고 도와줍니다. 동생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샘을 합니다. 오빠가 몸져누운 동안 온갖 집일과 심부름을 도맡아야 합니다. 이러던 어느 날 동생이 앓아눕습니다. 오빠는 스스럼없이 집일과 심부름을 도맡을 뿐 아니라, 동생이 심심해 하지 않도록 놀아 줍니다.



.. 엘리자베스는 투덜거렸습니다. “이건 불공평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오빠는 정말 좋겠다.” 에드워드는 엘리자베스를 위로했습니다. “네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  (22쪽)



  오빠는 오직 한 가지를 바랍니다. 동생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놀고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생도 마음속으로 오직 한 가지만 바랐지 싶어요. 오빠하고도 어머니와 아버지하고도, 이모와 고모하고도, 할머니와 할아버지하고도, 모두 모여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랐지 싶어요.


  아프면 어떻게 될까요? 아프면 아픕니다. 아프면 아플 뿐입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을 보살핍니다. 아픈 사람은 가만히 누워서 몸을 다스립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이것저것 맡아서 즐겁게 살림을 가꿉니다. 아픈 사람이 이윽고 훌훌 털고 일어나면 빙그레 웃으면서 맞이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새 마음과 새 몸이 됩니다.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빠 마음이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이 된 뒤, 비로소 한 가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즐거움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사랑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삶을 바라보고, 웃음과 노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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