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란 없다. 학교나 사회에서 이런 말을 흔히 쓰지만, 참말 ‘봉사’란 없다. ‘이웃돕기’란 없다. 학교이든 사회이든 이런 말을 함부로 쓰지만, 참으로 ‘이웃돕기’란 없다. 돈이 있기에 돈이 없는 사람한테 봉사를 하거나 이웃돕기를 하는가? 이는 더없이 말이 될 수 없다. 돈이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을 돕는다고? 아니다. 조금도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다른 것이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다른 것이 있다. 그래서 서로 만날 수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이 돈을 혼자 건사하고 싶지 않으니, 누군가한테 이 돈을 주고 싶어서 길을 나서기 마련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쉬 찾아가기 어려우니 늘 제 보금자리를 곱게 지키면서 사는데, 언제 어디에서 누가 찾아오더라도 이녁이 품고 지키며 건사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어 준다. 《여행하는 카메라》를 읽는다. 사진기 하나로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봉사’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이러한 봉사를 꾀한 김정화 님은 아마 처음에는 ‘봉사’를 그리거나 생각했으리라. 그렇지만, 이 너머에 무엇이 있으리라 믿는 마음도 함께 있었으리라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구별 여러 나라 따스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을 테고, 따스한 아이들이 나누어 주는 사랑이 어떤 숨결인지를 글이나 사진으로 엮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 다음에는 조촐하게 찾아가는 이웃이 되어, 한결 홀가분하고 예쁘게 ‘이야기잔치’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구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놀이’를 즐기는 ‘이야기잔치’를 꽃피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