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7) 존재 187 : 고독한 존재


또래 친구들에게 ‘인간이란 원래 고독한 존재이므로 키스를 하고 있는 그 순간도 고독한 거야.’라며 폼을 잔뜩 잡았는데

《김은영-캠프힐에서 온 편지》(知와 사랑,2008) 151쪽


 인간이란 원래 고독한 존재이므로

→ 인간이란 원래 고독하므로

→ 사람이란 워낙 외로우므로

→ 사람이란 처음부터 외로우므로

 …



  곰곰이 살피면, 요즈음 사람들은 “고독한 존재” 같은 말을 곧잘 합니다. 한자말 ‘존재’와 ‘고독’은 제법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그러면, ‘고독(孤獨)’은 무엇을 뜻할까요? 한국말사전에서 말풀이를 살피면 “외롭고 쓸쓸함”을 뜻한다고 나와요. 그러면, 한국말 ‘외롭다’와 ‘쓸쓸하다’는 무엇을 뜻할까요? 다시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외롭다 : 쓸쓸하다”로 풀이하고, “쓸쓸하다 : 외롭다”로 풀이해요. 한국사람 누구나 똑같을 텐데, 한국말사전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한국말을 알기 어렵습니다. 뒤죽박죽 알쏭달쏭이 됩니다.


  이제 ‘존재’를 살펴봅니다. ‘외롭다’나 ‘쓸쓸하다’를 가리킬 한자말 ‘고독’과 제법 어울리는 ‘존재’라는 한자말은 얼마나 알맞거나 쓸 만할까요? 한자말이 아닌 한국말 ‘외롭다’나 ‘쓸쓸하다’ 뒤에도 ‘존재’를 붙여야 어울릴까요? 4347.9.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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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동무들한테 ‘사람이란 워낙 외로우니까 입을 맞추는 그때에도 외러워.’ 하고 말하며 멋을 잔뜩 부렸는데


‘친구(親舊)들에게’는 ‘동무들한테’로 다듬고,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으며, ‘원래(元來)’는 ‘워낙’이나 ‘처음부터’로 다듬습니다. ‘고독(孤獨)한’은 ‘외로운’으로 손보고, “키스(kiss)를 하고 있는”은 “입을 맞추는”이나 “입맞춤을 하는”으로 손보며, “그 순간(瞬間)도”는 “그때에도”로 손봅니다. “폼(form)을 잔뜩 잡았는데”는 “멋을 잔뜩 부렸는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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