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유일해 베틀북 철학 동화 2
루드비히 아스케나지 지음, 헬메 하이네 그림,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8


 

우리 서로 사랑하자

― 너는 유일해

 루드비히 아스케나지 글

 헬메 하이네 그림

 이지연 옮김

 베틀북 펴냄, 2002.1.20.



  아이들은 오롯한 숨결입니다. 몸은 어른과 견주어 조그맣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오롯하게 살아가는 숨결입니다. 비노바 바베라는 분이 쓴 글을 읽으니, 아이와 어른을 견주면서, 둘 모두 눈 둘이요 팔다리도 둘씩이라고, 크기만 다를 뿐 똑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될 적에 눈 하나에서 둘이 되지 않고, 눈 둘인 오롯한 몸으로 새롭게 깨어날 뿐이라고 얘기해요.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나 기차를 탈 때면, 표를 끊는 곳에서 으레 아이들을 ‘반표’로 여깁니다. 표값을 반토막 치르면 된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영 못마땅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표이지, 반표가 될 수 없어요. 어린이도 똑같은 한 사람이라, 어린이도 자리 하나를 어엿하게 차지하고 앉아야 합니다. 그러나, 적잖은 어른들은 어른이 앉을 자리가 없으면, 아이더러 일어서라 하면서 어버이 무릎에 앉으라고 재촉합니다. 어린이도 똑같이 표를 끊었는데 말이지요.



..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될 수는 있지만, 유명해진다고 저절로 친구를 얻을 수는 없답니다 … 흔들의자가 낡게 되자 다락방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어요. 흔들목마는 슬펐습니다. 햇살과 아이들 대신 온갖 잡동사니와 거미줄로 가득한 다락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하루는 검은 고양이 메피스토가 오더니 예전처럼 목마를 태워 달라고 졸랐어요. 흔들목마는 매우 기뻤지요. “네가 녹색으로 변할 때까지 목마를 탈 수 있단다.” ..  (8, 12쪽)



  밥상에 수저를 놓습니다. 어른 수저와 어린이 수저를 놓습니다. 어른 수저는 어린이 수저보다 큽니다. 어른 밥그릇은 어린이 밥그릇보다 커요. 그러나, 어린이도 어른도 똑같이 밥을 먹습니다. 똑같이 배고픕니다. 똑같이 배부르고 싶습니다. 먹는 부피가 다르지만, 둘은 모두 똑같은 숨결이요 목숨입니다.


  사회를 돌아봅니다. 사회에서는 사람들을 여러 갈래로 가릅니다. 졸업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릅니다. 졸업장이 더 많은 사람과 몇 안 되는 사람을 가릅니다. 자격증이 있거나 경력이 길거나 짧은 틀로 가릅니다. 여기에다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고, 한국사람인지 이주노동자인지 가릅니다. 그러면, 이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할까요? 이들이 맡은 몫은 얼마나 벌어질까요?


  힘이 센 사람은 짐을 더 많이 나를 테지요. 힘이 여린 사람은 짐을 덜 나를 뿐 아니라, 짐 하나를 못 나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면 그예 드러누워서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힘이 세어 짐을 많이 나르는 사람은 밥을 한 그릇 더 먹고, 짐을 하나도 못 나르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한 그릇을 몸속에서 뱉어야 할는지 헤아려 봅니다. 아니겠지요. 외려 몸져누운 아픈 사람한테 더 나은 밥을 주어야 합니다. 아무런 짐을 나르지 않고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한테 가장 먼저 밥을 챙겨 주어야 합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어머니한테 누구보다 먼저 밥을 챙겨 주어야 해요.



.. 고슴도치는 톱새에게 가서 가시를 뽑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사랑에 푹 빠졌기 때문에 뽑혀 나간 가시더미에선 노란 버섯과 산딸기가 열렸고, 조그만 고슴도치꽃이 피어났으며, 초록색 이끼가 자라났어요 … 다른 고양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들은 시세로가 말했어요. “나와 질비가 왜 이야깃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어. 포도주통에서 술에 취한 쥐가 나오더니 내 발에 머리를 얹지 않겠어. 내가 어떻게 그 쥐를 잡아먹을 수 있겠어? 뭐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거지?” ..  (20, 26쪽)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서로 아끼면서 살아갑니다. 이 땅에 오직 하나인 내 목숨입니다. 이 지구별에 오직 하나인 내 숨결입니다. 이런 내 목숨처럼 내 이웃도 이 땅에 오직 하나인 목숨이에요. 오직 하나인 내 숨결마냥 내 동무도 이 지구별에서 오직 하나인 숨결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이웃과 동무를 사랑합니다.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면서 나를 사랑합니다. 오직 하나인 목숨과 숨결인 줄 깨달으면서 즐겁게 어우러집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할 때에 즐겁게 웃는 삶인 줄 느끼면서 기쁘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루드비히 아스케나지 님이 글을 쓰고, 헬메 하이네 님이 그림을 담은 《너는 유일해》(베틀북,2002)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따사롭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짤막짤막 담긴 이야기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우리는 서로 얼마든지 기쁘게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얼마든지 남남이 되어 고개를 돌리거나 등을 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스레 손을 맞잡으며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미워 하거나 괴롭히면서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할 수 있습니다.



.. 어부는 사람일까요, 물고기일까요? 아니면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다른 무엇일까요? 어부는 삶에서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물고기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았어요. 어부는 물고기를 집어들고는 다정하게 말을 걸었어요. “사랑스러운 친구야, 물로 돌아가고 싶다면 눈을 깜빡거리거나 팔딱거리는 걸로 충분해.” … 잉어는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어요. 스케이트를 잃어버린 소녀가 강가에 가서 잉어를 보았어요. “잉어에게 내 스케이트를 줘야겠어. 잉어가 자기 발에 딱 맞는 스케이트를 다시는 얻지 못할 테니까.” 소녀는 잉어에게서 스케이트를 빼앗을 수는 없었어요. 잉어가 정말로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으니까요 ..  (40, 50쪽)



  새들이 노래합니다. 숲에서 깃들며 노래하는 새는 누구한테나 맑은 노래를 베풉니다. 가을볕이 따사롭습니다.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는 해는 온누리를 골골샅샅 내리쬡니다. 바람이 숲을 가르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온 마을을 감쌉니다. 언제나 흐르는 바람은 모든 사람과 목숨이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푸른 내음을 실어 나릅니다.


  나 혼자 들어야 하는 멧새 노랫소리가 아닙니다. 나 혼자 쬐면 될 햇볕이 아닙니다. 나 혼자 마시면 될 바람이 아닙니다. 함께 누리고, 함께 즐기며, 함께 맞아들입니다. 내가 너를 돌보고, 네가 나를 보살펴요. 내가 너를 어루만지고, 네가 나를 쓰다듬어요.


  어른은 아이를 사랑으로 감쌉니다. 아이는 어른을 사랑으로 바라봅니다. 어른은 아이를 따뜻하게 안습니다. 아이는 어른한테 따뜻하게 안깁니다.



.. 사슴은 별이 반짝거리는 집 밖으로 나갔어요. 아이들이 사슴을 따라갔어요. 아이들은 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너무 좋았지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말했어요. “축제를 벌이고 있는 숲으로 가자. 숲 속 친구들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필요하니까.” 아이들은 사슴 두 마리를 따라갔어요. 거기에는 많은 동물들이 모여 있었지요. 모두들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기뻐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 사슴이 노래를 부르자, 다른 동물들도 다 같이 불렀어요. 그러고 나서는 금빛 호두와 별 모양 비스킷을 선물로 나누어 주었어요. 푸르스름한 불빛이 숲 속으로 멀리 퍼져 나갔답니다 ..  (62쪽)



  사람이 낳은 아이와 짐승이 낳은 새끼가 저마다 사랑을 받으면서 자랍니다. 사람도 짐승도 어린 숨결이 즐겁고 기쁘게 뛰놀도록 애씁니다. 어릴 적에 마냥 신나게 뛰놀 수 있을 때에 몸이 튼튼하게 자랍니다. 햇볕을 쬐면서 까무잡잡하게 타고, 숲바람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며, 두 다리로 이 땅을 박차고 달릴 적에 아름답게 자랍니다.


  풀 한 포기가 밥이 됩니다. 꽃 한 송이가 상그레 웃음짓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어서 올라타라며 부릅니다.


  풀을 먹고 자라기에 풀내음 가득한 몸이 되고, 푸른 생각을 짓습니다. 꽃을 바라보며 자라기에 꽃웃음 그득한 마음을 가꾸어, 따스한 사랑을 짓습니다. 나무와 어울려 놀며 자라기에 나무처럼 듬직하고 믿음직한 마을지기로 우뚝 서서, 씩씩하게 꿈을 이룹니다.


  너는 오직 하나입니다. 나는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는 오직 하나입니다. 오직 하나인 아름다운 숨결이 오직 하나 있는 지구별에서 사랑스레 바라보면서 춤을 춥니다. 4347.9.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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