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책꿈 키우기
45. 나도 책을 쓸 수 있을까


  책은 누구나 씁니다. 참말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누구나 책을 씁니다. 다시 말하자면, 책을 쓰려는 마음을 품고 날마다 내 이야기를 스스로 짓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씁니다. 참으로 어떤 책이든 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책이든 쓰려고 생각을 기울이면 누구나 어떤 책이든 씁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책이든 꼭 쓰겠다는 생각을 품고 날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어떤 이야기이든 차근차근 살을 붙이고 북을 돋우면서 가꿀 수 있으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이든 실컷 써서 책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시집을 쓸 수 있고 소설책을 쓸 수 있으며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쓸 수 있는 한편, 자기계발책이나 역사책이나 과학책 모두 쓸 수 있습니다. 교육책이나 사진책도 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쓸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삶에 맞추어 보기를 들어 볼게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삶이니 ‘시골살이’로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시골살이가 어떠한가를 시로 씁니다. 시를 하루아침에 백 꼭지를 쓸 수 있을 테고, 하루에 한 꼭지씩 써서 백 날에 걸쳐 쓸 수 있습니다. 이틀에 한 꼭지를 쓰거나 한 주에 한 꼭지를 쓸 수 있어요. 달과 철을 살펴 달마다 한 꼭지를 쓰거나, 철이 바뀔 무렵 한 꼭지를 쓸 수 있어요. 시집 한 권이 될 만큼 꾸준히 시를 씁니다. 자, 그러면 ‘시골살이’ 시집이 태어납니다. 소설책 쓰기도 시집 쓰기와 같습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은 어떠할까요? 동화책이라는 틀과 그림책이라는 틀에 맞추어서 쓰면 돼요. 동화책을 쓸 적에는 어린이가 함께 읽을 만하도록 써야 합니다. 소설책은 어른만 읽는 책이니, 어른 눈높이를 살리면 될 텐데, 동화책은 나이 어린 아이가 읽을 수 있게끔 낱말 하나도 더 살펴서 쉽고 바르게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소설책은 아무렇게나 써도 되지 않아요. 소설책을 쓸 적에도 되도록 쉬우면서 바르게 글을 여미어야 합니다.

  그림책은 좀 다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림책에는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그림을 함께 그리면 됩니다. 그림은 화가만 그리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열어야 하지 않아요. 즐겁게 그리고 사랑스레 나누면 되는 그림입니다. ‘시골살이’란 무엇인가를 헤아려서 차근차근 그림을 그립니다. ‘시골살이’이니까, 아무래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 내음을 담뿍 담아야겠지요? 도시에서는 철마다 다른 빛이나 숨결이 없어요. 그러나 시골에서는 철마다 다른 빛이랑 숨결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적에는 ‘시골살이’ 흐름을 잘 살피고 짚어서 담아야 합니다.

  자기계발책은 어떻게 쓸까요? 시골에서 살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애쓴 모습을 이야기로 엮어서 담으면 됩니다. 시골에서 날마다 어버이를 도와 낫으로 풀을 베다 보니 팔뚝과 등허리에 힘이 붙어, 어떤 일이든 거뜬히 할 수 있더라, 이런 이야기도 자기계발입니다. 시골에서 어버이 일을 거들며 새벽 일찍 일어나 버릇하니, 언제나 새벽 네 시이면 눈을 떠서, 겨울에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맑은 넋으로 서너 시간쯤 아름다운 책을 읽었고, 이동안 아름다운 책을 읽으니 어느새 내 마음이 사랑스럽게 거듭나더라, 이런 이야기도 자기계발입니다.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어버이 일을 거들다 보니, 일이란 무엇이고 농사란 무엇이며 밥 한 그릇과 흙 한 줌이 무엇인가를 깊고 넓게 살필 수 있더라, 온누리와 지구별과 사회를 아주 깊고 넓게 읽을 수 있더라, 하는 이야기도 자기계발입니다.

  역사책은 어떻게 쓸까요? 내 어버이가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고, 내 이웃 아재와 아지매가 지내는 모습을 살핍니다. 내 할매와 할배가 살아온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이웃 할매와 할배를 찾아가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이야기를 여쭙습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으고 갈무리하면, 어느새 ‘시골살이’ 역사를 담는 책이 됩니다.

  과학책은 어떻게 쓸까요? 논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있는지 찾아보셔요. 밭에 얼마나 많은 풀이 자라고 벌레가 있는지 살펴보셔요. 논생물도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논과 이웃 논은 논생물이 얼마나 다른가를 견줄 수 있습니다. 밭에서는 풀벌레와 들풀을 꼼꼼히 살펴서 가짓수와 갈래를 모두 살필 수 있고, 밭마다 얼마나 다른지, 또 빈터가 된 여느 풀밭이랑 숲속에서 자라는 풀을 꼼꼼히 견줍니다. 이러면서 ‘시골살이’에서 엿보는 과학책이 태어납니다. 한편, 논밭과 들과 숲에서 만나는 풀을 모두 그러모아서, 이 풀마다 예부터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썼는지를 살펴보셔요. 약풀로 안 쓰는 들풀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모든 풀은 저마다 약풀로 씁니다. 이러한 대목을 인터넷으로든 식물도감에서든 모두 뒤져 보셔요. 그리고, 풀을 스스로 그림으로 그리고, 이야기를 붙이면, 아주 멋진 ‘들풀 과학 이야기책’이 태어납니다.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를 살펴보아도 과학책이 됩니다. 콩이 자라는 한살이를 낱낱이 살펴도 과학책이 됩니다. 우리 집에서 거둔 콩으로 몇 가지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온갖 요리를 해 보면 요리책도 나옵니다.

  교육책은 어떻게 쓸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옛날 사람들은 학교도 없이, 또 글도 없이, 또 책도 없이, 어떻게 농사짓기를 가르쳤을까 하고 헤아려 보셔요. 마음속으로 옛날 모습을 그려 보셔요. 옛날 옛적에는 시골사람 모두 언제나 노래를 불렀으니, 베틀을 밟거나 절구질을 하거나 모내기를 하거나 풀베기를 하거나 아기를 어르거나,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늘 부르던 노래를 곰곰이 알아보셔요. 이러한 ‘시골살이’가 바로 학교요 배움이자 가르침인 줄 깨닫는다면, 먼먼 옛날부터 시골사람이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일구며 살아온 나날이 교육이자 학교이니, 이러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교육책이 태어납니다.

  사진책은 어떻게 쓸까요? 사진 작가가 되지 않아도 됩니다. 시골에서 지내는 모습을 언제 어디에서나 사진으로 찍어요. 놀거나 일하는 모습을 모두 찍어요. 쉬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모두 담아요. 바다에서도 찍고 들에서도 찍습니다. 집에서도 찍고 마을에서도 찍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어떤 사진 작가보다 깊고 넓게 ‘시골살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요. 속속들이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값비싼 장비가 없어도 됩니다. 내 손전화로 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베틀북 펴냄,2002)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어엿하게 자라서 어버이 품에서 벗어나 혼자 새롭게 살겠노라 꿈을 꾸는 ‘늑대 루카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늑대 루카스가 제금을 나겠다고 하니, 루카스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녁 아이가 홀로서기 하려는 뜻을 높이 섬깁니다. 루카스네 아버지는 루카스한테 ‘늑대로서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을 종이에 적어서 건넵니다. 그런데, 늑대 루카스는 아버지가 종이에 적어 준 ‘먹을 수 있는 것’을 하나도 못 먹습니다.

  늑대 아버지는 늑대 아들한테 무엇을 먹으라고 했을까요? 늑대 아버지는 ‘엄마 염소와 아기 염소’,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세 형제’, ‘피터’, ‘엄지동자와 형제들’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곧 알아챌 텐데, 프랑스 작가가 빚은 그림책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에 나오는, ‘늑대가 먹을 수 있는 것’은 프랑스 옛이야기에 나오는 귀여운 동무들입니다.

  늑대 아들은 어떻게 할까요? 배가 고파서 잡아먹으려고 할 때마다 묻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늑대한테 ‘불쌍히 여겨 잡아먹지 말아 달라’고 말합니다. 늑대는 불쌍하고 슬퍼서 아무도 못 잡아먹습니다.

  어떡할까요? 아버지가 물려준 지식으로는 그저 배를 쫄쫄 굶습니다. 이대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굶어죽어야 할까요? 불쌍하고 귀여운 동무나 이웃을 모른 척하면서 잡아먹어야 할까요?

  실마리는 우리가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이 실마리를 푸는 길이 바로 ‘글쓰기’요 ‘책쓰기’입니다. 무엇을 글감으로 삼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글감이 됩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스스로 즐거운 글감으로 여겨, 가만히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생각하셔요. 그러면, 글은 저절로 샘솟습니다. 내가 하루하루 즐겁게 가꾸는 삶에서 글이 태어납니다. 4347.9.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청소년과 함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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