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85) 나의 1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나의 개 빙고는 성실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모성애를 … 사람들은 나의 아내 그레이스 갤러틴 톰슨 시튼이 이 책들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이튼/장석봉 옮김-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지호,2002) 8∼10쪽


 나의 개

→ 내 개

→ 우리 개

 나의 아내

→ 내 아내

→ 우리 아내



  일본책과 서양책을 한국말로 옮기던 이들이 ‘나 + 의’ 꼴 같은 말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런 말투는 뿌리를 뽑기 어렵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래요, 그럴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말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얄궂은 말투를 뿌리뽑을 수 있든 없든, 제대로 쓰거나 올바로 쓰거나 알맞게 쓰는 한국말은 슬기롭게 배워서 알아야지 싶어요.


  한국말로는 “우리 언니·우리 아버지·우리 아내·우리 할아버지”입니다. ‘나의’를 넣어 가리킬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책이기에 “내 책”입니다. 내가 쓰는 가방이니 “내 가방”입니다. “나의 책”이나 “나의 가방”이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면 “우리 개” 또는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이고, 내가 기르는 개면 “내 개” 또는 “내가 기르는 개” 또는 “나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4337.3.1.달/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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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착함을, 우리 개 빙고는 참됨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사랑을 … 사람들은 우리 아내 그레이스 갤러틴 톰슨 시튼이 이 책들을 만들 때에 많이 도와줬다는 대목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순종(順從)’은 ‘얌전함’이나 ‘고분고분함’이나 ‘착함’으로 다듬고, ‘성실(誠實)’은 ‘바지런’이나 ‘부지런’이나 ‘참됨’으로 다듬으며, ‘모성애(母性愛)’는 ‘어머니 사랑’이나 ‘사랑’으로 다듬습니다. “많은 기여(寄與)를 했다”는 “많이 도움이 됐다”나 “많이 도와줬다”로 고쳐쓰고, “…는 사실(事實)을 제대로 평가(評價)해 주지”는 “…는 대목을 제대로 알아주지”나 “…는 대목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로 고쳐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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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00) 나의 2


내 자식이 아니라면 정말 불쾌해서 참을 수 없는 아이, 이것이 아내가 얘기했던 ‘걱정’의 의미였고, 부족한 아버지인 나의 최초의 슬픔이었다

《스나가 시게오/외문기획실 옮김-아들아 너는 세상 모든 것을 시로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라》(가서원,1988) 33쪽


 나의 최초의 슬픔

→ 내 첫 슬픔

→ 나한테는 첫 슬픔

→ 내게는 첫 슬픔

→ 나로서는 첫 슬픔

→ 내가 겪은 첫 슬픔

 …



  이 자리에서는 임자말 ‘나’를 살려서 글투를 손볼 수 있는 한편, 임자말 ‘나’를 덜어서, “모자란 아버지로서 느끼는 첫 슬픔이었다”나 “어리숙한 아버지로서 처음 겪는 슬픔이었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4337.7.25.해/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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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아니라면 참말 괘씸해서 참을 수 없는 아이, 이것이 아내가 얘기했던 ‘걱정’을 뜻했고, 모자란 아버지인 내 첫 슬픔이었다


‘정(正)말’은 ‘참말’이나 ‘무척’으로 다듬고, ‘불쾌(不快)해서’는 ‘괘씸해서’나 ‘못마땅해서’로 다듬습니다. “‘걱정’의 의미였고”는 “‘걱정’을 뜻했고”로 손질하고, ‘부족(不足)한’은 ‘모자란’으로 손질하며, ‘최초(最初)의’는 ‘첫’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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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 나의 3 : 나의 확신


그러는 동안 나의 확신은 점점 굳어졌다

《야누슈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13쪽


 나의 확신은

→ 내 믿음은

→ 내 생각은

 …



  한국말은 ‘내’입니다. 일본말로는 ‘私の’라고 적어요. 우리가 쓰는 ‘나의’라는 말투는 바로 이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일본사람들이야 ‘나의’처럼 적는다지만, 한국사람이 일본 말법을 따를 까닭은 없어요. 한국 말법을 일본사람들이 따를 까닭이 없듯, 미국사람이나 프랑스사람이 한국 말법을 따를 까닭이 없듯, 우리는 한국에서 한국 말법을 쓰면 될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친다고 학교와 나라에서 무척 크게 마음을 쏟고 돈도 들입니다. 영어를 가르쳐야 하니까 가르칠 텐데, 아이들이 보는 영어 교과서나 사전은 말풀이를 어떻게 다룰까요? 영어를 한국말로 옮길 적에 어떻게 쓰거나 풀어야 한다고 가르칠까요?


 my : 나의


  초등학교 어린이가 보는 영어사전뿐 아니라, 어른이 보는 영어사전에도 ‘my’를 풀이하면서 ‘나의’로 적습니다. 그저 이뿐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도 어른도 한국말 ‘내’를 제대로 쓸 줄 모릅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엉뚱한 일본 말투나 영어 말투인 ‘나의’를 쓰고 맙니다.


  영어사전은 “my friend”라는 말을 “나의 친구”로 풀이합니다. “내 친구”로 풀이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에 처음 스며들어 퍼질 적에는 일본말에서 비롯한 ‘나의’인데, 이제는 영어를 가르치는 자리에서 아주 얄궂게 굳어서 퍼지는 ‘나의’이지 싶습니다. 학교에서도 나라에서도 엉뚱한 말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아이들이 말다운 말을 듣고 읽으며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눈을 뜨기를 바랍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말다운 말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넋을 가꿀 수 있도록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7.9.15.물/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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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내 믿음은 차츰 굳어졌다


‘확신(確信)’이라는 한자말을 생각합니다. “굳게 믿음”을 한자말로 담으면 ‘확신’입니다. 그런데 “확신은 점점 굳어졌다”고 썼어요. 어때요? 앞뒤 겹말이 되지요?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차츰’을 뜻하는 일본 한자말입니다. ‘점점’뿐 아니라 ‘차차(次次)’와 ‘점차(漸次)’도 모두 일본 한자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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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4) 나의 41


대공원의 공중 열차보다 / 훨씬 숨막히고 식은땀 나는 / 전철 안에서 / 그 날 나의 가장 큰 소망은 / 기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남호섭-타임 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 31쪽


 그 날 나의 가장 큰 소망은

→ 그 날 내 가장 큰 바람은

→ 그 날 내 가장 큰 꿈은

 …



  보기글은 동시입니다. 동시를 쓰는 어른이 ‘나의’를 쓰고 맙니다. 동시를 읽고 배울 아이들은 이런 말투를 눈과 귀와 손에 익히고 맙니다. 아무쪼록 문학을 하는 어른들이 앞장서서 옳고 바르게 글을 쓰기를 빕니다. 문학을 하는 어른들조차 한국말을 엉터리로 쓰면 참으로 큰일입니다. 문학 가운데 어린이문학을 하는 어른들마저 한국말을 얄궂게 쓰면 더없이 걱정스럽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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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하늘 열차보다 / 훨씬 숨막히고 식은땀 나는 / 전철에서 / 그 날 내 가장 큰 꿈은 / 기린 되기였습니다


“대공원의 공중(空中) 열차”는 “대공원 하늘 열차”나 “큰공원 하늘 열차”로 다듬습니다. “전철 안에서”는 “전철에서”로 손보고, ‘소망(所望)’은 ‘바람’이나 ‘꿈’으로 손보며, “기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는 “기린 되기였습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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