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광이풀 파란 열매



  사광이풀꽃은 잎빛과 똑같은 빛깔이라고 한다. 틀림없이 보기는 보았을 테지만 눈여겨보지 못하고 지나쳤구나 싶다. 이 풀꽃을 다시 보려면 이듬해 여름이 되어야 한다.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올해에는 사광이풀 파란 열매를 본다. 마을 고샅하고 이어진 우리 집 돌울타리에 돋는 사광이풀인데, 이 아이들은 틈만 나면 베이거나 꺾이거나 뜯겨서 사라져야 한다. 좀처럼 제대로 뿌리를 내려서 살아가지 못한다.


  생각해 본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 ‘사광이풀 약재 효능’이라든지 ‘사광이풀 파란 열매 약효’가 번쩍 하고 뜨면 어떻게 될까? 그때에도 사광이풀을 잡풀로 여겨 마구 뜯어 없애거나 농약으로 불살라 죽이려 할까?


  한때 ‘모시송편’ 바람이 불면서 모시잎을 따러 시골로 오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시잎 따러 시골로 오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모시잎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모시잎을 깻잎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삶으로 스스로 느껴 받아들이는 숨결이 아니라 한다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 기대어 널리 알려진다 하더라도 제대로 사랑받을 수 없으리라 본다. 내 삶에서 언제나 곁에 두는 따사로운 이웃일 때에 비로소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되리라.


  사광이풀을 살살 만진다. 잎과 줄기에 돋은 가시 때문에 살살 만진다. 사광이풀은 사광이풀인데, 일제강점기인 1937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풀이름은 ‘며느리배꼽’이라고 하는 엉뚱한 이름으로 알려졌단다. 엉뚱하고 잘못된 이름을 바로잡을 학자나 작가는 없을까. 잘못되고 엉뚱한 이름을 돌려세울 시골사람은 없을까. 집 바깥으로 마실을 다닐 적마다 돌울타리를 바라보면서 사광이풀을 살살 쓰다듬는다. 풀이름을 되새기려고 풀잎과 풀열매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4347.9.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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