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 희망을 만드는 법 9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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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7



이주노동자, 부엌노동자, 그리고

―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고래이야기 펴냄, 2014.5.30.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고래이야기,2014)를 읽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으레 청소부 일을 했다는데, 낮은 일삯과 고단한 삶을 떨치려고 한꺼번에 팔천 사람이 들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공장 노동자가 파업을 한다든지, 철도 노동자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정부에서는 아주 큰일이 터질 듯이 윽박지릅니다.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해요. 노동자는 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노동자는 기계일까요? 기계 부속품일까요? 또는 이름은 노동자이되, 속알맹이는 종일까요?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중앙정부는 으레 대체인력을 씁니다. 대체인력이 되는 이들도 ‘노동자’라 할 만하지만 기꺼이 대체인력이 되어 파업을 막으려 합니다. 함께 파업에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을 얻으려고? 정부가 시키니까?


  정부가 대체인력을 쓸 적에 으레 궁금해요. 청소부가 파업을 할 적에도 대체인력을 쓸까요? 청소부가 사흘쯤, 또는 석 주나 석 달쯤 손을 놓고 파업을 한다면, 정부나 회사는 얼마든지 대체인력을 쓸 수 있을까요? 아무도 청소부로서 대체인력이 되어 주지 않는다면, 정부와 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 엄마는 화장실 바닥을 달처럼 빛이 나게 청소하고, 커다란 유리창을 아빠가 수영을 가르쳐 준 호수처럼 깨끗하게 닦습니다. 그러고 나서 걸레로 사무실 바닥을 윤이 나도록 닦습니다. 얼마나 매끄러운지 신발을 벗으면 미끄러질 정도지요. 쓰레기를 모두 모아 종류별로 나눈 다음 내다 버리면 하루 일이 끝납니다. 엄마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  (5쪽)




  우리 정부는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 할 적에 대체인력을 안 씁니다. 아마 시골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대체인력으로 안 오리라 느낍니다. 농사꾼을 대체하는 인력이라면 일삯을 얼마쯤 받을까요? 일삯다운 일삯이나마 받을까요?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면 정부가 하는 일은 꼭 한 가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곡식과 열매와 남새를 사들입니다. 그뿐입니다. 아무런 정책이 없고 대책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나라 사람들은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사들이는 곡식이나 열매나 남새를 잘 먹어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어깨동무가 없다고 할 만합니다. 서로 끈이 되지 못합니다.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합니다.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에 나오는 청소노동자는 이주노동자입니다. 미국에 돈을 벌러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파업을 했고, 일삯을 올려받았으며, 쉬는 날이 생겼습니다. 한국에도 이주노동자는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는 파업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는 고용주한테 ‘욕을 하지 말라’나 ‘때리지 말라’ 같은 뜻을 밝히려고 파업을 할 수 있을까요?



.. 학교에 가 보니 우리 엄마만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 마리아의 아빠도 엄마와 같은 조합원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엘살바도르에서 왔지요. 니카라과에서 온 티노의 엄마도 날마다 우리 엄마와 함께 행진을 했습니다. 로페즈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  (14쪽)




  한국에서 아주 많은 아줌마는 부엌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웬만한 아줌마는 육아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수많은 아줌마는 ‘아줌마’로도 ‘어머니’로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아줌마들이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줌마들은 서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부엌노동자가 파업을 벌여 석 주나 석 달쯤 밥을 차리지 않기를 빕니다. 육아노동자가 파업을 벌여 석 주나 석 달쯤 아이를 아저씨나 아버지한테 도맡길 수 있기를 빕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저씨나 아버지 스스로 밥을 차려서 먹든 사다가 먹든 지켜볼 수 있기를 빕니다. 유치원이나 학교나 학원에 아이를 가두든, 언제 어디에서나 아이와 다니든 아저씨나 아버지 스스로 아이를 하루 내내 지키면서 보살피고 아끼도록 할 수 있기를 빕니다.



.. 나는 아주 밝게 색칠해서 만든 내 팻말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21쪽)




  사회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파업을 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나라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지구별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전쟁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거느립니다.


  탱크 한 대를 만들어 거느리는 데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까요? 전투기나 군함 한 대를 만들어 거느리느라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까요? 지구별 수많은 나라 중앙정부가 전쟁무기와 군대를 거머쥐면서 권력을 누릴 뿐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하는 줄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전쟁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느 사람들은 스스로 종이 됩니다. 군대에 끌려간 젊은이는 이들대로, 군대에 직업군인으로 들어간 사내는 이들대로,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바보가 되면서 참다운 삶이나 사랑하고 멀어집니다.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이웃을 적으로 삼아야 할까요. 우리는 왜 냇물을 곱게 돌보면서 싱그러운 물을 마실 생각은 않고, 수십 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시멘트를 냇물에 퍼붓고는 ‘막개발 막공사 일자리’를 얻겠다고 할까요. 냇물을 죄 망가뜨리니 댐을 지어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데, 댐을 짓는 돈과 수돗물이 흐르도록 하는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까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에 나오는 이주노동자는 고향나라를 떠나야 했습니다. 바로 미국 때문입니다. 미국이 제국주의 정책을 펼칠 뿐 아니라,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를 만들어 제3세계 수많은 나라에 독재군사정권이 서도록 뒤에서 부추긴 탓입니다. 그러니, 제3세계 많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가 고된 일을 하며 낮은 일삯으로 더 고달프게 지냅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제3세계에서 미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청소부로 일할 사람이 없다면, 미국에 있는 군수공장 노동자로 일할 사람이 없다면, 미국은 그런 모양새가 되어도 전쟁 미치광이로 날뛸 수 있을까요? 한국에 다른 나라 노동자가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면, 한국 사회에 다른 나라 노동자가 아무도 없도록 한다면, 한국 정부가 미친 바보짓 정책을 펼쳐 사회를 어지럽힐 수 있을까요. 석 달도 석 주도 아닌 사흘만 ‘모든 노동자가 손을 잡아 일을 쉬면’ 정부와 회사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면 정부는 무서워 벌벌 떱니다. 그래서 정부는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못하게 막으려고 힘씁니다.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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