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2. 사진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진은 우리 마음에서 옵니다. 우리 마음에 있는 이야기가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밝히는 길은 늘 이 하나입니다. 우리 마음에 있는 이야기가 태어나는 사진인 줄 느끼거나 깨닫거나 알 수 있으면, ‘사진 배우기’를 다 마친 셈입니다. 사진강의를 듣기 앞서 이를 알았다면 굳이 사진을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다 아는데 무엇을 배울까요. 다만, 사진기라고 하는 기계를 다룰 줄 모르니, 기계 다루는 솜씨는 배울 수 있겠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기계 다루는 솜씨만 배워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가르치려는 사람은 기계 다루는 솜씨만 알려주는 ‘사용 설명서’ 노릇이 아닌, ‘삶을 밝히는 길잡이’ 구실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마음에 없는 이야기는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마음에 없는데 어떻게 찍을까요. 마음에 없으니 알지 못합니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는 느끼지 못해요.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는 마주하거나 바라보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셔요. ‘가난’을 모르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옆에 있어도 알아차리거나 느끼지 못해요. ‘웃음’을 모르는 사람은 둘레에서 여러 사람들이 웃고 떠들어도 알아차리거나 느끼지 못해요. 풀벌레를 모르는 사람은 풀숲에서 풀벌레가 노래하더라도 그 노랫소리가 풀벌레가 들려주는 소리인 줄 알아차리거나 느끼지 못합니다.
사진은, 이야기를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가 없다면, 사진기를 다룰 줄 알아도 사진을 못 찍습니다. 그러니까, 사진기를 손에 쥐기 앞서, 나한테 이야기가 있는가 없는가 살필 노릇입니다. 사진으로 담을 이야기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사진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느냐 못 누리느냐가 달라져요.
잘 생각할 노릇입니다. 내 마음에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배워도 글을 못 쓰고, 그림그리기를 배워도 그림을 못 그려요. 언제나 이야기가 맨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삶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니까, 내 삶을 읽을 때에 내 마음에 깃든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내 마음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를 제대로 읽을 때에, 사진을 한 장 찰칵 하고 찍을 수 있습니다. 나는 시골마을에서 지내며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날마다 기쁘게 누리기에, 이 기쁨이 우러나오는 마음을 사진으로 고맙게 옮깁니다. 4347.9.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