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옷 입는 마음



  곁님이 손뜨개로 네 식구 옷을 뜹니다. 먼저 곁님 스스로 입을 옷을 뜨고, 두 아이 입을 옷을 뜹니다. 여기에 내 옷까지 한 벌 뜹니다. 나는 세 식구와 대면 몸이 크니 내 옷까지 안 뜨기를 바랐지만, 품이며 실이며 겨를이 많이 드는 내 옷까지 고맙게 뜹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뜬 옷을 입고 즐겁습니다. 땀을 옴팡 흘려도 벗지 않습니다. 저녁에 씻기려고 옷을 벗기면 서운해 하지만, “자, 예쁘게 빨아서 땀냄새를 잘 빼고 다음에 또 입으면 돼.” 하고 얘기해 줍니다.


  예전에는 모든 옷을 어버이가 손수 지어서 입혔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개화기라고 하는 때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은 옷을 스스로 지어서 입었어요. 한국전쟁 언저리까지도 꽤 많은 사람들은 옷을 스스로 지어서 입었어요.


  밥도 집도 아주 오랫동안 어버이 손길이 깃든 사랑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집과 밥과 옷 모두 우리 손으로 안 짓기 일쑤입니다만, 도시가 생기기 앞서, 도시 물질문명이 퍼지기 앞서, 어느 나라 어느 겨레 어느 마을에서건, 참으로 누구나 스스로 모든 삶을 지었습니다.


  뜨개옷 한 벌 짓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뜨개옷 한 벌 손수 지으려고 바느질을 익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잃은 우리들이라 할 텐데, 고운 실을 골라서 손수 바늘을 놀려 옷을 짓는 하루란 얼마나 예쁜가 하고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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