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7. 차츰 밝게 자란다



  아이들은 날마다 자랍니다. 어른들도 날마다 자랍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어른 눈높이에서 지켜보면, 날마다 말이 늘고 몸짓이 또렷하며 기운이 붙습니다. 어른들이 자라는 모습을 아이 눈높이에서 살펴보면, 날마다 한결 따스하면서 포근한 기운이 늘어나면서, 밥을 짓건 걸레질을 하건 살림을 하건 매무새가 매끄럽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자라는 줄 스스로 느낄까요. 어른들도 날마다 자라는 줄 스스로 깨달을까요.


  누군가는 날마다 자라는 줄 스스로 느낄 테지만, 누군가는 날마다 자라는 줄 느끼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리라 생각해요. 날마다 자라는 줄 느끼는 아이나 어른은 날마다 새롭고 재미난 삶을 누릴 테고, 날마다 자라는 줄 느끼지 못하는 아이나 어른이라면 새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사진을 찍을 적에는 늘 새로운 마음이어야 합니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길이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새로운 마음이 아니라면, 사진을 못 찍어요. 왜냐하면, 새로운 마음이 아니라면 ‘어제 찍은 사진이잖아?’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사람을 마주할 적에 어제와 오늘 똑같을 수 없는데, 내가 마주하는 사람한테서 새로운 빛을 느끼지 못하니, 사진을 즐겁게 찍자는 마음이 일어나지 못해요.


  민주와 평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에 시위나 집회가 자꾸 불거집니다. 이때에 시위나 집회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자칫 ‘또 시위를 하네?’ 하고 여길 수 있어요. 이때에는 그야말로 ‘재미없는 판박이 사진’을 찍습니다. 이와 달리, 왜 이러한 시위나 집회를 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눈길이라면, ‘내 이웃이 왜 아프고 왜 힘든가?’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이야기 담아내는 사진을 찍습니다.


  날마다 스스로 자라는 줄 느끼지 못할 적에는,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로서 ‘아이를 찍는 사진’을 날마다 새롭게 찍지 못합니다. 날마다 스스로 자라는 줄 느끼지 못할 적에는, 사진길에 처음 접어드는 분들이 ‘기계 다루는 솜씨’는 늘어나더라도 ‘삶을 바라보는 사랑’이 싹트지 못합니다. 사진찍기는 기계질이 아닌 마음읽기와 마음쓰기입니다. 마음을 읽어서 마음을 ‘사진기를 빌어 종이에 아로새기는(쓰는)’ 삶이 사진입니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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