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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구도감 - 궁금한 것을 찾아 연구해 보자! ㅣ 체험 도감 시리즈 3
아리사와 시게오 지음, 김창원 옮김, 쓰키모토 카요미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168
무엇을 보며 살아가는가
― 자유연구도감
아리사와 시게오 글
쓰키모토 카요미 그림
김창원 옮김
진선북스 펴냄, 2009.12.3.
글을 쓰는 아리사와 시게오 님과 그림을 그리는 쓰키모토 카요미 님이 빚은 책은 《탐구도감》(1999)이나 《애완동물도감》(2001)이나 《식물재배도감》(2001)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말로 나왔습니다. 《자유연구도감》(2009)도 두 사람 손길이 살가이 깃들어 태어난 책입니다. 다른 ‘도감’ 책들도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여러 가지를 스스로 해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가 잘 나왔고, 《자유연구도감》도 초등학생이 스스로 이것저것 할 수 있도록 알뜰살뜰 알려주고 보여줍니다.
그런데, 왜 ‘자유연구’일까요. 무엇이 ‘자유연구’일까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하나하나 살핍니다. 자유롭지 않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떤 틀에 얽매이거나 따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교과서에 나오지 않’거나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자유연구’라는 이름을 붙였구나 싶기도 합니다.
.. 하나는 어떤 일이든 자기가 직접 확인해 보면 책에 써 있지 않은 중요한 일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연구 주제가 여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 (머리말)
풀벌레와 숲벌레를 잡아서 표본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표본은 얼마든지 만들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벌레이든 풀이든 얼마든지 모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표본을 만들기보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찬찬히 지켜보도록 이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방학 숙제’라든지 ‘사회 탐구’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자유연구도감》이지 싶습니다. 또한 ‘연구’라는 이름을 붙인 책인 만큼, 꼭 ‘보고서’를 써서 이야기를 갈무리하도록 이끕니다.
여러모로 돌아본다면, 일본 사회나 문화는 이처럼 꼼꼼히 살펴보고 갈무리해서 글로 적바림하는 버릇을 일찍부터 들이면서 발돋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온갖 숙제와 상장과 성적표와 점수를 따지느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둘레를 살피거나 갈무리하는 버릇을 들일 겨를이 없구나 싶습니다. 일본 사회와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도 고리타분하거나 갑갑한 사람이 많습니다만, 한국 사회와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는 그야말로 고리타분하거나 갑갑한 사람이 많습니다. 입시지옥과 제도권 울타리에 갇힌 채 시험성적만 따지는 한국 교육이니,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더 깊어지리라 느낍니다.
.. 세제가 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중성 세제를 푼 물에 무순을 키워서 확인해 봅니다. 또 석유를 정제해서 만든 세탁용 합성 세제와 자연에 가깝다고 하는 천연 세제가 무순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여 정리해 봅니다 .. (231쪽)
‘자유연구’가 숲에서 나무를 살펴보고 숲내음을 맡으며 숲에 깃들어 여러 날 스스로 지내는 길을 알려주거나 이끄는 이야기로도 퍼질 수 있기를 빕니다. ‘자유연구’가 도시 한복판에 아이들이 손수 씨앗을 심고 가꾸어 숲을 이루는 길을 슬기롭게 보여줄 수도 있기를 빕니다. ‘자유연구’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가꾸거나 돌보는 사람들 숨결을 보여주거나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만지는 사람들 이야기를 귀여겨듣는 자유연구도 생기고, 돈에 얽매이지 않고 살림을 꾸리는 길을 살피는 자유연구도 생기며, 전쟁과 폭력과 군대를 없애는 길을 찾는 자유연구도 생기기를 빕니다.
역사를 스스로 배우는 길을 찾는 자유연구도 생기고,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삶을 이루는 길을 헤아리는 자유연구도 생기며, 날마다 내 하루를 새롭게 노래하면서 웃고 뛰노는 길을 북돋우는 자유연구도 생기기를 빌어요.
.. 자전거를 세밀하게 조사하여 어떤 과학의 원리와 힘을 응용했는지 부분별로 조사해서 커다란 종이에 정리해 봅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생활 주변에는 학교에서 배운 과학을 응용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 (251쪽)
자전거와 얽힌 과학을 살피는 일도 재미있다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다닐 적에 한결 재미있구나 싶어요. 자전거를 타고 한국이든 일본이든 한 바퀴를 천천히 돌고, 도시와 시골을 두루 돌아다니기도 하며, 자전거를 스스로 손질하고 아끼는 모습도 살필 수 있겠지요.
고갯마루를 자전거로 넘는 느낌을 헤아리고, 판판한 길을 달리는 느낌이랑, 흙길과 숲길과 시멘트길을 달리는 느낌을 다 다르게 헤아리도록 이끌어도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참말 자유연구를 밝히기를 빌어요. 굳이 보고서를 안 써도 돼요. 마음으로 느끼고, 삶을 사랑하며, 이웃과 동무하고 노래하는 나날을 꿈꾸는 자유연구가 된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4347.8.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