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뜸
저녁뜸에 동네 아재들 하나둘 모인다. 어디에 모일까? 동네가게에 모인다. 왜 모일까? 막걸리 한잔을 하러. 또는 소주 한잔을 하러. 혼자 마시면 싱겁고, 둘이 마시면 맛깔스럽다. 혼자 마시면 한두 잔도 벅차지만, 두엇이 마시면 막걸리나 소주 반 병쯤 구수하게 누린다. 딱 이만큼만. 오늘 하루 기쁘게 일한 보람으로 꼭 요만큼만. 그러고 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이튿날 새롭게 기운을 내어 즐겁게 일한 뒤, 다시금 저녁뜸에 한 사람 두 사람 모여 또 딱 반 병쯤 마시고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저녁뜸 골목길. 4347.8.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