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아니다. 철이 든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어른이다. ‘어른’은 나이로 따지지 않는다. ‘철’로 따진다. 철이 들 무렵부터 비로소 슬기를 깨우친다. 철이 들지 않으면 슬기를 가꾸지 못한다. 철이 들어 스스로 생각을 깊고 넓게 다스릴 때에 슬기롭게 삶을 보듬는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 혼인을 한 뒤 아이를 낳는대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철이 안 들면, 나이를 먹어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철없는 사람’으로 지낸다. 철이 들면, 혼인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철든 사람’이기에 슬기로운 어른으로 삶을 빛낸다. 시집 《코끼리 주파수》를 읽는다. 이 시집을 쓴 사람은 어른일까 아닐까. 이 시집을 쓴 사람은 철이 들었을까 안 들었을까. 시를 쓸 수 있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철이 들지 않을 적에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철들지 않은 채 쓰는 시와 철이 들고 나서 쓰는 시는 어떻게 다를까. 철없는 눈으로 이 땅을 바라본다면 어떤 시를 쓰고, 철든 눈으로 온누리를 헤아린다면 어떤 시를 쓸 수 있을까. 4347.8.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코끼리 주파수
김태형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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