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986) 원인 1
흉막이나 늑막에 생기는 암의 일종으로서 일단 걸리면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중피종도 석면이 원인이다
《이상훈-청소년 환경교실》(따님,1998) 161쪽
중피종도 석면이 원인이다
→ 중피종도 석면 때문이다
→ 중피종도 석면 때문에 생긴다
→ 중피종도 석면이 일으킨다
…
한자말 ‘원인’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니 여덟 가지 나옵니다. 이 가운데 ‘原人’과 ‘猿人’은 가리기 참 힘들겠군요. 이런 말을 가리자면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써야 합니다. 그래, 이런 말은 아무리 역사를 말한다 해도 한국말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한자말이건 아니건 한글로 적어 놓았을 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국말이거든요.
‘援引’이나 ‘遠人’이나 ‘遠因’이나 ‘願人’ 같은 한자말은 참 허튼 말입니다. 이런 한자말은 쓸 까닭이 없습니다. 끌어당긴다면 ‘끌어당기다’라 하면 되고, 먼 데서 온 사람이면 ‘먼뎃손님’이라 하면 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쓸 일이 없거나 안 쓰는 한자말은 일본사전에 나오는 일본 한자말을 베껴서 싣지 않았나 궁금합니다.
원인을 분석한다
→ 까닭을 살핀다
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다
→ 돌림병이 생긴 까닭을 밝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원인한 것이겠는가
→ 참말 어디에서 비롯했겠는가
한자말 ‘原因’은 한국말로는 ‘까닭’입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으레 ‘까닭’이라는 낱말을 썼지만, 오늘날에는 한국말을 안 쓰고 한자말 ‘원인’만 써 버릇합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죄다 ‘원인’만 이야기합니다. 한국사람이 스스로 한국말을 쓰지 않으면 한국말은 사그라들거나 힘을 잃습니다. 한국말사전에 한자말만 잔뜩 실린 까닭이 있습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안 아끼고 안 사랑하며 안 돌보기 때문입니다. 4338.10.16.해/4347.8.15.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가슴막에 생기는 암 가운데 하나로, 한번 걸리면 여섯 달 만에 죽음을 부르는 중피종도 석면이 일으킨다
‘흉막(胸膜)’과 ‘늑막(肋膜)’은 똑같은 곳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둘 모두 ‘가슴막’으로 다듬습니다. “암의 일종(一種)으로서”는 “암 가운데 하나로”로 손보고, “일단(一旦) 걸리면”은 “한번 걸리면”으로 손보며, “6개월(六個月) 이내(以內)에 사망(死亡)하는”은 “여섯 달 만에 죽는”이나 “여섯 달 사이에 죽는”으로 손봅니다.
원인(原人) : 40∼50만 년 전의 제2간빙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 인류
원인(原因) :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이나 사건
- 원인 분석 / 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다 / 대체 어디서부터 원인한 것이겠는가
원인(員人) : 정직(正職)의 벼슬아치와 잡직(雜職)의 수
원인(援引)
(1) 끌어서 앞으로 당김
(2) 자기의 학설이나 주장의 근거로 다른 사실이나 문헌을 인용함
원인(猿人) : 100∼300만 년 이전에 생존하였던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화석인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
원인(遠人)
(1) 먼 데서 온 사람
(2) 멀리 있는 사람
원인(遠因) : 연관성이 먼, 간접적인 원인
원인(願人) : 무엇인가를 원하는 사람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72) 원인 3 : 너무 먹은 것이 원인
알레르기성 질환은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먹은 것이 원인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91쪽
너무 먹은 것이 원인
→ 너무 먹었기 때문
→ 너무 먹은 탓
→ 너무 먹으니 생긴다
→ 너무 먹으니까 나타난다
…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먹으니까 ‘알레르기성 질환’이 나타난다고 하네요. ‘고기’를 너무 먹으니까 ‘두드러기’가 나타납니다. 삶을 따라 그대로 말이 태어납니다. 삶을 바라보는 눈길 그대로 말이 흐릅니다. 삶을 가꾸는 사람은 말을 가꿉니다. 삶을 안 가꾸는 사람은 말을 안 가꿉니다. 삶을 빛낼 때에 말이 빛나고, 삶을 사랑할 때에 말마디마다 사랑스러운 기운이 넘실거립니다. 4341.1.5.흙/4347.8.15.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두드러기는 고기를 너무 먹은 탓
‘알레르기(Allergie)’는 ‘거부 반응’이나 ‘과민 반응’으로 고쳐쓸 낱말이라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두드러기’입니다. “알레르기성(-性) 질환(疾患)”을 통째로 ‘두드러기’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동물성(動物性) 단백질(蛋白質)”은 학문을 하며 쓰는 말이니 그대로 둘 만하지만, 보기글에서는 ‘고기’로 손질하면 됩니다. “먹은 것이”는 ‘먹어서’나 ‘먹으니’로 다듬어 줍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055) 결과
개성적으로 자기세계를 전개시켜 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와타나베 츠토무/육명심 옮김-사진의 표현과 기법,사진과평론사(1980)> 8쪽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 이렇게 되었다
…
어떤 일을 쉬거나 강의를 안 듣는 일이라면 ‘쉬다’나 ‘빠지다’라 하면 됩니다. 물건을 동여맬 적에는 ‘동여매다’라 하면 돼요. 그리고, “열매 맺음”을 가리키는 ‘結果’가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다 → 열매가 나오다
결과가 나타나다 → 열매가 나타나다
결과가 좋다 → 열매가 좋다
한국말로 ‘열매’를 쓰면 됩니다. 즐겁게 ‘열매 맺기’를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말에서 ‘結果’ (2)을 “결말이 생김”이라 풀이합니다. ‘결말(結末)’을 찾아봅니다. “어떤 일이 마무리되는 끝”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과’는 ‘열매’뿐 아니라 ‘마무리’나 ‘끝’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결과가 좋다”는 “열매가 좋다”로 다듬으면 되는 한편, “마무리가 좋다”나 “끝이 좋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조그만 실수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였다
→ 조그만 잘못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 조그만 잘못 때문에 이렇게 끝났다
→ 조그만 잘못이 이런 마무리를 낳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 마지막보다는 흐름을 크게 본다
→ 열매보다는 줄기를 눈여겨본다
→ 어떻게 되었는지보다 어떻게 했는지를 본다
이 경기의 승리는 노력의 결과이다
→ 이 경기는 애쓴 끝에 이겼다
→ 애썼기 때문이 이 경기를 이겼다
보기글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진을 이야기하는 보기글은데, “개성적으로 자기세계를 전개시켜 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무엇을 말하려는 글이었을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이녁 눈길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이녁이 바라는 길대로 열매(마무리)를 맺습니다. 내 눈으로 내 사진을 찍어 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 눈길을 가다듬으면 내 삶을 내 사진에 담습니다. 그러니까, “내 눈길로 내 삶을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4339.3.1.물/4347.8.15.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 눈길로 내 삶을 펼쳐 보일 수 있었다
‘개성적(個性的)으로’는 ‘개성 있게’나 ‘남달리’나 ‘내 나름대로’나 “내 눈으로”나 “내 눈길로”로 손질합니다. “자기세계(自己世界)를 전개(展開)시켜 나가는”은 “내 이야기를 펼치는”이나 “내 목소리를 드러내는”이나 “내 삶을 밝히는”으로 손봅니다.
결과(缺課)
(1) 과업을 쉼
(2) 학생이 수업이나 강의 시간에 빠짐
결과(結果)
(1) 열매를 맺음. 또는 그 열매
(2) 어떤 원인으로 결말이 생김. 또는 그런 결말의 상태
- 연구 결과 / 결과가 나오다 / 결과가 나타나다 / 결과가 좋다 /
조그만 실수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였다 /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
이 경기의 승리는 노력의 결과이다
(3) 내부적 의지나 동작의 표현이 되는 외부적 의지와 동작 및 그곳에서 생기는 영향이나 변화
결과(結?)
(1) 물건을 싸서 동여맴
(2) 줄기직 따위로 관을 싼 위에 숙마줄로 밤얽이를 쳐서 동임
결말(結末) : 어떤 일이 마무리되는 끝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