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뻐 하는 풀꽃



  풀꽃은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 풀꽃은 스스로 씨앗을 퍼뜨린다. 풀꽃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고는, 풀내음을 나누어 준다. 사람들은 따로 ‘예쁜 꽃’을 만들어서 꽃집에서 사고팔기도 하는데, 집 둘레를 푸르게 우거지는 풀밭이나 숲으로 가꾼다면, 한 해 내내 꽃밭을 누릴 수 있다.


  꽃집은 왜 있어야 할까? 도시에서는 흙을 밟을 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풀밭도 숲도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사람들 스스로 마당을 누리지 못하는 탓에, 손수 꽃밭을 가꾸지 못한다. 마당이 없으니 흙을 만질 데도 없고, 흙을 만질 데도 없으니 아파트에 꽃그릇을 두어야 하며, 때때로 꽃다발을 마련해서 선물해야 한다.


  사람은 밥만 먹으면서 살지 못한다. 사람은 서로 사랑을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다. 나한테서 샘솟는 사랑을 이웃과 동무한테 나누어 준다. 이웃과 동무는 저마다 스스로 새로운 사랑을 길어올려 나한테 나누어 준다. 우리는 서로 사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깔깔 호호 하하 어깨동무를 한다. 삶은 사랑이 있기에 꽃처럼 곱거나 환하다.


  한편, 사람은 꽃내음을 먹어야 산다. 곱다라니 피어난 꽃을 꾸준히 마주할 때에 마음을 곱다라니 가꾼다. 꽃송이가 곱다라니 피어나기까지 풀내음을 먹는다. 꽃송이가 저문 뒤에는 씨앗을 받거나 씨앗을 바라보면서 이듬해에 새롭게 태어날 꽃빛을 기다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시골살이를 누린다면 꽃집이 따로 있을 까닭이 없으나, 사람들이 스스로 시골을 떠나거나 등지기 때문에 꽃집이 따로 있어야 한다. 온통 자동차 물결인 도시에서 흙내음과 풀내음과 꽃내음을 먹고 싶으니 꽃집에서 꽃 몇 송이를 사다가 내 짝꿍이나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을 할밖에 없다.


  폭식폭신한 흙땅을 밟으면서 풀밭에 쪼그려앉는다. 아주 조그마한 풀꽃을 바라본다. 나는 아주 어릴 적에도 이렇게 풀밭에 쪼그려앉아 풀꽃을 바라보았다. 나는 마흔 살 오늘날에도 이렇게 풀밭에 쪼그려앉아 풀꽃을 바라본다. 앞으로 마흔 해 뒤에라도 이처럼 풀밭에 쪼그려앉아 새로운 풀꽃을 바라보리라 느낀다. 내가 예뻐 하는 풀꽃은 늘 내 곁에 있다. 4347.8.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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