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617) 천부


한갓 직업 글장수 분수에 지나지 않는 주제를 마치 무슨 천부의 권능이라도 타고난 양 착각하여, 특권층의 그늘에 기생할 발판으로 하며

《이문구-지금은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전예원,1979) 79쪽


 천부의 권능이라도 타고난 양

→ 하늘이 준 재주인 양

→ 하늘에서 재주를 타고난 양

→ 하늘 같은 재주를 타고난 양

→ 하늘에서 재주를 내려받은 양

 …



  한자말 ‘천부’는 한국말사전에 여덟 가지 나옵니다. 이 가운데 기독교와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이 하나씩 있는데, 꼭 이렇게 한자말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일컬어 ‘天父’라 하는 듯한데 ‘하늘아버지’라든지 ‘하늘아비’처럼 한국말에 새 넋을 담을 수 있습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라 하듯이 ‘아버지’ 앞에 꾸밈말을 붙이면 돼요. 그러니까 ‘사랑아버지’라든지 ‘별아버지’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신분이 낮은 남자’와 ‘신분이 낮은 여자’와 ‘천한 포로’를 가리키는 ‘천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한자말은 누가 왜 쓸까요?


  보기글을 보면 “천부의 권능이라도 타고난 양”이라 나오는데, 한자말 ‘天賦’는 “하늘이 주었다”나 “타고날 때부터 지님”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보기글은 “타고난 권능이라도 타고난 양”을 가리킵니다. 겹말 글월입니다.


 천부의 자원

→ 타고난 자원

→ 하늘이 내린 자원

 천부의 경관

→ 타고난 경관

→ 하늘이 선물한 경관

 천부의 능력

→ 타고난 힘

→ 타고난 재주

→ 하늘이 내린 재주

 천부의 미모

→ 하늘이 내린 아름다움

→ 하늘이 선물한 몸매

→ 타고난 아름다움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 가운데에 “예술가는 천부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가 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지식인과 학자는 이 글월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하리라 느낍니다. 지식을 쌓거나 학문을 익히는 동안 이 같은 글월로 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 테지요. “예술가는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처럼 쉽게 쓴 글이나 말을 만날 일이 드물겠다고 느낍니다. 4336.1.16.나무/4347.8.1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갓 직업 글장수 그릇에 지나지 않는 주제를 마치 무슨 하늘이 내린 재주라도 타고난 양 여겨, 특권층 그늘에 빌붙을 발판으로 하며


‘분수(分數)’는 ‘그릇’이나 ‘주제’로 다듬을 수 있는데 바로 뒤에 “지나지 않는 주제”라고 나옵니다. 그래서 앞뒤 글월을 헤아려 “글장수에 지나지 않는 주제”나 “글장수 주제일 뿐이면서”로 다듬어 줍니다. ‘권능(權能)’은 ‘재주’로 손보고, “타고난 양 착각(錯覺)하여”는 “타고난 양 잘못 알아”나 “타고난 양 여겨”로 손봅니다. “특권층의 그늘”은 “특권층 그늘”로 손질하고, “기생(寄生)할 발판”은 “빌붙을 발판”이나 “들러붙을 발판”으로 손질합니다.



 천부(天父) : [기독교] 성삼위(聖三位) 중의 제1격인 하나님 아버지

 천부(天府)

  (1) = 천부지토

  (2) 자연적으로 요새를 이룬 땅

  (3) 천자(天子)의 곳집

  (4) [역사] 중국 주나라 때에, 천자의 조상 제사에 쓰는 귀중한 보배를 맡아보던 벼슬

 천부(天部) : [불교] 천상계에 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천부(天賦) : 하늘이 주었다는 뜻으로, 타고날 때부터 지님

   - 천부의 자원 / 천부의 경관 / 천부의 능력 / 천부의 미모 /

     예술가는 천부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천부(天覆)   

  (1) 넓은 하늘이 덮은 그 아래

  (2) 하늘이 넓게 덮이듯이 널리 미침

 천부(賤夫) : 신분이 낮은 남자

 천부(賤俘) : 천한 포로

 천부(賤婦) : 신분이 낮은 여자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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