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2) 시작 50 : 장마가 시작
다음 주나 그 다음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리라 한다
《장주식-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철수와영희,2008) 142쪽
장마가 시작되리라 한다
→ 장마라 한다
→ 장마가 된다고 한다
→ 장마가 온다고 한다
→ 장마가 진다고 한다
→ 장마가 든다고 한다
…
어떤 낱말이든 쓰려고 할 때에 씁니다. 어떤 낱말이든 굳이 안 쓰려 하면 쓸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은 그 낱말이 있어야 내 뜻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그 낱말을 쓰고 싶기 때문에 씁니다. 우리가 안 쓰는 모든 낱말은 우리 스스로 그 낱말을 살피지 않고 느끼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자말 ‘시작’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낱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한자말 ‘시작’을 쓸 마음이 없는 사람은 이 낱말을 어디에도 안 씁니다. 그러나, 한자말 ‘시작’에 얽매이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이 낱말을 넣고야 맙니다.
예부터 장마철이 다가오면 ‘장마가 온다’나 ‘장마가 진다’나 ‘장마가 든다’라 말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된다’처럼 말하지 않았습니다. 장마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가뭄도 ‘시작되’지 않고 아침이나 새벽이나 밤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때나 날씨는 ‘오’거나 ‘지’거나 ‘듭’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옵니다. 비가 ‘시작되’거나 눈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침이 오거나 새벽이 다가옵니다. 아침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안 쓰던 이런 일본 한자말을 쓴다고 해서 새로운 글쓰기가 되지 않습니다. ‘시작’이라는 낱말을 즐겨쓰는 일이 문학이 되지 않습니다. 말결과 말빛을 찬찬히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8.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