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65) 감탄의 1 : 감탄의 눈초리
세상의 그 어떤 현대 미술관에 갖다 놔도 손색이 없을 게 분명했다. 톨로키와 노리아는 뒤로 물러서서 감탄의 눈초리로 집을 바라보았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88쪽
감탄의 눈초리로
→ 놀랍다는 눈초리로
→ 훌륭하다는 눈초리로
→ 흐뭇해 하는 눈초리로
…
한자말‘감탄’은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을 뜻한다 합니다. 한자말 ‘탄복(歎服)’을 한국말사전에서 다시 찾아봅니다. 뜻풀이는 “매우 감탄하여 마음으로 따름”이라고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감탄’이고 ‘탄복’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뒤죽박죽이 됩니다.
뜻풀이가 왜 이 모양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에 잠기지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뜻풀이가 이처럼 뒤죽박죽인 ‘감탄’이나 ‘탄복’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우리가 쓸 만하지 않았겠구나 싶습니다. 널리 쓸 만했을 뿐 아니라 두루두루 쓰던 낱말이라 한다면, 뒤죽박죽 뜻풀이나 엉터리 뜻풀이를 달 수 없어요. 널리 쓰는 만큼 또렷하고, 두루 쓴 만큼 환하니까요.
감탄과 경의를 표하다 → 놀라면서 우러러보다
감탄이 나오다 → 아, 하는 소리가 나오다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다 →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한국말사전에서 ‘놀라다’를 찾아봅니다. 모두 다섯 가지 뜻풀이가 달립니다. 첫째 뜻은 “뜻밖에 겪는 일로 가슴이 두근거리다”입니다. “뒤에서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가 바로 ‘놀라다 (1)’입니다. 둘째 뜻은 “갑자기 무서움을 느끼다”입니다. “먹구름이 몰려들고 벼락이 수없이 내리쳐서 놀랐다”고 말할 때가 ‘놀라다 (2)’입니다. 셋째 뜻은 “뛰어나거나 좋은 무엇인가를 보고 마음이 매우 움직이다”입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그동안 그려 온 그림을 보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하고 말하는 자리가 곧 ‘놀라다 (3)’입니다. 넷째 뜻은 “어처구니가 없거나 기가 막히다”입니다. 때때로 “대학교까지 마친 녀석이 편지 한 장 제대로 못 쓰니 놀랄 노릇이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가 ‘놀라다 (4)’입니다. 다섯째 뜻은 “여느 때와 다르게 크게 반응을 보이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안 먹던 고기를 먹어서 배가 놀랐나 보다” 하고 말하던 일이 떠오르리라 봅니다. 이 자리가 ‘놀라다 (5)’입니다.
사람들이 뜻풀이를 제대로 살피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말 ‘놀라다’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을 뿐더러, 나날이 새로운 쓰임새가 생길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만, “아무개 선수가 요즈음 놀라운 기록을 이어 나갑니다”처럼 쓰는 자리는 ‘대단하다’나 ‘훌륭하다’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뜻으로 ‘놀라다’는 여섯째 말풀이와 일곱째 말풀이를 이어 나가리라 봅니다.
놀라다 ← 감탄하다 / 탄복하다
한국사람 스스로 자꾸만 한국말을 업신여기거나 내동댕이쳐서 그렇습니다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차분히 사랑하거나 꾸준히 다독인다면, 우리네 말살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네 말살림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우리 스스로 말씨와 글씨와 나아지고 말빛과 글빛이 거듭납니다. 때에 알맞고 곳에 걸맞는 낱말과 말투가 무엇인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한결 아름다이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꽃이 더욱 싱싱하고 곱게 자라듯,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말과 글이 되어야, 참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담뿍 뽐내는 말과 글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1.7.11.쇠/4347.8.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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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그 어떤 현대 미술관에 갖다 놔도 빛이 나리라. 톨로키와 노리아는 뒤로 물러서서 놀랍다는 눈초리로 집을 바라보았다
“세상(世上)의 그 어떤”은 “온누리 그 어떤”이나 “지구별 그 어떤”으로 고쳐 주고, “손색(遜色)이 없을 게 분명(分明)했다”는 “부끄럽지 않으리라”나 “빠지지 않으리라 보였다”나 “넉넉하다고 느꼈다”나 “빛이 나리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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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3) 감탄의 2 : 감탄의 말
윌리엄 어니스트가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질리는 지켜보면서 때때로 감탄의 말을 던지곤 했다
《캐서린 패터슨/이다희 옮김-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비룡소,2006) 90쪽
감탄의 말을 던지곤 했다
→ 이야 멋져 하고 말하곤 했다
→ 우와 멋진걸 하고 말했다
→ 좋았어 하고 외쳤다
→ 훌륭해 하고 소리쳤다
…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면 멋집니다. 멋진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이야 멋지다!”와 같은 말이 튀어나옵니다.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이라면 “말이 튀어나왔다”라 적으면 됩니다. 멋진 모습을 바라볼 적에는 “훌륭해!”라든지 “대단해!” 하고 말하곤 합니다. “훌륭해 하고 외쳤다”라든지 “대단해 하고 소리쳤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놀란 느낌을 살피고, 기뻐하는 눈빛을 헤아려 줍니다. 4347.8.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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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어니스트가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질리는 지켜보면서 때때로 이야 멋져 하고 말하곤 했다
“-의 말을 던지곤 했다”는 올바르지 않은 말투입니다. 한국말에서는 “말을 던지다”가 없습니다. 서양말에는 이런 말이 있을는지 모르지요. “생각을 던지다”라든지 “말을 던지다” 같은 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말을 하다”로 바로잡아야 하는데, “말을 뱉다”라든지 “말을 터뜨리다”나 “말이 터져나왔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