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실린 기사 (사진책도서관 2014.8.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best baby〉라는 잡지가 있다. 어떤 잡지인지는 모른다. 언제였는지 가물거리는데, 이곳에서 취재를 왔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며 도서관을 꾸리는 네 식구 이야기를 담고 싶다 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시골 도서관 이야기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으나, 서울에서 고흥까지 너무 멀다며 거의 안 찾아왔다.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으레 하는 말은 “서울에 오실 일 없으세요?”였다.


  네 식구가 나란히 사진에 찍히는 일이 한 해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싶다. 이런 일이 참말 없는데, 취재기자가 찾아왔기에 모처럼 네 식구가 집과 마을과 도서관에 있는 모습을 찍히기도 한다. 잡지사에서 보내 준 책을 들여다본다. 〈best baby〉라는 잡지에 실린 다른 글을 살피니, 이 잡지는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가 많이 보는구나 싶다. 어느 모로 보든, 우리 식구 이야기는 이 잡지에 나오는 다른 모든 기사하고 참 많이 동떨어지는구나 싶다.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여느 어버이는 얼마나 될까. 도시에서 멀쩡히 돈 잘 버는 길을 그만두고 시골로 가서 농약과 비료와 비닐을 안 쓰려는 여느 어버이는 얼마나 있을까. 아기 잡지라는 〈best baby〉인데, 우리 식구 이야기는 참 시골스럽다. 뭐, 시골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니 시골스러울밖에 없지만, 책이란 잡지란 신문이란 방송이란 매체란 학교란 사회란 교육이란 정치란 문화란 모조리 도시 언저리에서 맴도는 얼거리인 줄 새삼스럽게 느낀다. 사진비평을 하는 사람 가운데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문학비평이나 예술비평이나 언론비평이나 무슨무슨 글을 쓰는 사람 가운데 시골에서 살며 시골내음이 묻어나는 글빛을 밝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즈음 사진가로 뛰는 이들은 거의 다 ‘도시 이야기’만 찍는다. 어린이문학과 그림책도 거의 다 도시 이야기일 뿐이다. 방송에서 시골 이야기를 다룰 일이 있을까? 인문학 가운데 도시 아닌 시골에서 생각을 밝혀 이야기꽃을 피우려는 움직임이 있을까? 대학교는 도시에 지을 뿐, 시골에 짓지 않는다. 시골 어느 구석진 데에 대학교 건물을 세우더라도, 아이들이 시골에서 삶을 가꾸도록 돕는 학문은 안 한다.


  시골에 있는 우리 집이 외롭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아기 잡지에 난 기사를 가만히 살피다가 ‘책이라는 매체조차 더없이 쓸쓸하구나’ 하는 느낌이 짙게 든다. 참으로 어디에도 시골사람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시골빛이 없는 책이라면, 이런 책들을 굳이 시골도서관에서 갖추어야 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8-09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08-10 07:30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나 누구나
즐겁게 삶을 누리는 책을 만나고 이야기를 빚을 수 있기를 빌어요.
차근차근 아름다운 삶터로 나아갈 때에 즐거울 테니까요.

식구들이 다 함께 책방까지 나들이를 하셨군요!
아주 예쁜 그림이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