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목소리 - 누치두 다카라 - 생명은 귀한 것 평화징검돌 1
마루키 도시 글, 마루키 이리 그림, 신명직 옮김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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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부르는 목소리는 평화

― 오키나와의 목소리

 마루키 도시·마루키 이리 글·그림

 신명직 옮김

 꿈교출판사 펴냄, 2013.10.8.



  전쟁을 저지르는 이들은 언제나 똑같은 말을 읊습니다. 바로 ‘평화를 지키려는 뜻’이었다고. 그런데, 전쟁무기는 전쟁을 부를 뿐, 평화를 부른 적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를 손에 쥐어 저쪽 나라를 쳐부수면, 저쪽 나라는 어느새 더 커다란 전쟁무기를 챙겨서 우리한테 들어옵니다. 그동안 받은 아픔을 곱배기로 돌려주려 하지요. 그러면, 우리 쪽에서는 저쪽보다 더 엄청난 전쟁무기를 갖추어 다시 쳐부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쪽은 아예 우리를 싹쓸이하듯이 없애려고 아주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핵무기는 저쪽 나라를 ‘나쁜 놈’으로 삼아 싹쓸이를 하듯이 죽여서 없애려고 하는 전쟁무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총과 칼도 저쪽을 나쁜 놈으로 여겨 얼른 죽여서 없애려고 하는 전쟁무기입니다.


  전쟁무기이기에 전쟁을 부릅니다. ‘평화무기’란 없습니다. 평화를 이루도록 하는 힘은 사랑입니다. 평화는 언제나 사랑으로만 이루고, 사랑으로 이루는 평화는 아름다운 꿈을 키웁니다.



.. 푸르고 푸른 바다였습니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바다였지요. 햇빛이 밝게 내리쬐고, 수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놀고 있었습니다 … 오키나와는 고구마랑 쌀이 나고, 사탕수수에서 설탕이 나고, 바나나랑 파파야, 귤도 나는 풍요로운 섬이었습니다. 쯔루와 사부로는 아단나무 잎으로 팔랑개비를 만들거나, 예쁜 조가비를 주우며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놀았습니다 ..  (2∼4쪽)





  전쟁은 언제나 사랑을 억누릅니다. 사랑을 억누르는 전쟁에는 아름다움도 꿈도 없습니다. 전쟁무기를 갖춘 군대는 전쟁훈련만 합니다. 씨앗을 심어 곡식이나 열매를 거두려 하지 않습니다. 전쟁무기를 갖춘 군대는 더 많은 무기를 갖추려고만 합니다. 풀을 베어 실을 얻어 옷을 짜려 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돌보아 우람하게 자라면 고맙게 몇 그루 얻어 집을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전쟁무기는 전쟁으로만 나아가고, 군대는 전쟁훈련만 하며, 전쟁무기와 군부대는 언제나 평화를 짓밟고 사랑을 억누릅니다.


  지구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전쟁훈련을 하는 군부대에서는 폭력이 일어납니다. 사람을 사랑이 아닌 신분과 계급으로 나누어 다루니, 으레 폭력이 일어날밖에 없습니다. 전쟁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뒤처질 텐데, 군부대에서 뒤처지는 젊은이는 따돌림을 받고 주먹질을 받으며 거친 말에 마음이 다칩니다. 군부대는 전쟁을 꾀해 저쪽 나라를 모두 죽이는 훈련을 받는 터라, 전쟁훈련을 제대로 따라오도록 모든 젊은이를 다그칩니다. 바보로 만들고, 노예로 삼으며, 기계처럼 부립니다. 군부대에 끌려가는 젊은이는 모두 소모품입니다. 군부대에서는 젊은 사내를 소모품으로 부리려고 성접대를 하고, 성접대를 하는 동안 술집과 사창가가 늘어나며, 전쟁이 터지면 성노예(위안부)를 만들거나 강간을 저지릅니다. 지구별에서 불거지는 모든 성폭력과 강간은 군부대 때문에, 전쟁 때문에 일어납니다.



.. 포격이 잠잠해지고, 잠시 조용해졌을 때였습니다. 일본군 3명이 들어와 소리쳤습니다. “일본군이 오키나와를 지킨다. 일본군이 일본을 지킨다. 너희들은 나가라! 안 나가면 죽인다.” 모두들 너무 무서워 무덤을 뛰쳐나왔습니다 … 구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아내도, 다섯 아이도 모두 죽었습니다. 단지 조선사람이기 때문에, 스파이가 되기 쉽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른 섬사람들도 일본군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  (17∼19쪽)





  마루키 도시 님과 마루키 이리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오키나와의 목소리》(꿈교출판사,201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한국에 2013년에 처음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1984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두 사람은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전쟁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아픈 나날을 보냈고, 언제나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그림에 담아 이웃한테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이 이웃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짓을 부끄럽게 여길 뿐 아니라, 일본 군인과 정치꾼이 하지 않는 ‘뉘우침’을 보여주고, 일본 군인과 정치꾼이 죽이거나 괴롭힌 ‘일본 나라 수수하고 작은 사람들’ 이야기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서는 이웃나라 사람을 수없이 죽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전쟁 미치광이 일본’에 힘을 보태지 않는 제 나라 사람(일본사람)도 군인과 정치꾼이 수없이 죽였습니다. ‘전쟁 부역자인 작고 수수한 사람들’조차 ‘전쟁 부역을 하지 않는 작고 수수한 이웃’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가까운 한국전쟁을 헤아려 보면, 군인과 경찰과 정치꾼이 아닌 ‘수수한 마을사람’끼리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져서 서로 괴롭히는 끔찍한 짓이 벌어졌습니다. 전쟁도 싸움도 다툼도 미움도 모르던 사람들이, 정치권력자가 만든 군부대와 전쟁무기 때문에 애꿎게 소용돌이에 휩싸였어요. 전쟁을 거스르고 평화로 나아갔어야 하는데, 무서운 정치권력자 주먹과 군홧발 때문에 덜덜 떨다가 그만 작고 수수한 사람 스스로 ‘전쟁 부역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남녘에서 죽인 북녘사람은 누구일까요? 한국전쟁 때 북녘에서 죽인 남녘사람은 누구인가요? 한겨레는 두 나라로 쪼개진 채 이웃과 동무를 이웃이나 동무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한겨레는 한 나라 아닌 두 나라로 갈라진 채 서로서로 바보가 되는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군부대와 전쟁무기를 놓지 않는 남·북녘 두 나라에는 따돌림이 판칩니다. 어리석은 제국주의 전쟁놀이를 뉘우치지 않는 일본 사회와 정치와 교육에서도 따돌림이 판치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왜 따돌릴까요? 바로 전쟁과 군부대 때문입니다. 사회와 나라와 정치와 교육과 문화가 온통 군국주의로 치달으니, 학교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지 않아요. 이러한 얼거리는 한국도 똑같기에, 한국에서 따돌림이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 “누나, 배고파.” 사부로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조명탄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쯔루는 굴러다니는 사탕수숫대를 주워 들고 고구마밭으로 뛰어들어가, 있는 힘껏 흙을 파헤쳤습니다. 고구마 두세 개를 찾아 재빨리 돌아왔습니다. 옷으로 흙을 털어낸 다음, 사부로에게 먹이고 자기도 먹었습니다. 발밑에 고여 있던 물을 마셨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피가 섞인 흙탕물이었습니다 ..  (27쪽)



  평화로운 나라에서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바람이 붑니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이웃사촌입니다. 서로서로 이웃사촌인 마을에서는 부자와 가난뱅이가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서로 돕고, 언제나 서로 나누니까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이웃돕기를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도 이웃돕기를 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을에서만 이웃을 돕고 두레를 하며 품앗이를 벌입니다. 아름다운 마을에서는 언제나 놀이마당을 이루고 이야기잔치와 춤잔치와 노래잔치를 벌입니다.


  잘 살펴보셔요. 한겨레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겨레에서는 ‘나라(정치 제도)’가 있기 앞서, 어디에서나 작은 마을로 살림살이를 이루었고, 작은 마을에서는 늘 잔치를 열었어요. 큰잔치 작은잔치 늘 잔치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마을잔치’는 거의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텔레비전만 보는 시골 할매와 할배’만 있고, 지자체에서는 ‘지역 축제를 돈을 들여서 큼지막하게 벌이려는 관광상품’을 만들 뿐입니다.


  왜 그러겠어요? 평화가 없고, 평화가 없으니 사랑이 없으며, 사랑이 없기에 꿈이 없는 탓입니다.




.. 그때 일본군 한 명이 뛰어들어 왔습니다. 빠방, 빵빵! 하고, 미국 군함에서 일본군을 겨냥해 총을 쏘았습니다. 일본군이 죽었고, 언니 누나들도 죽고 말았습니다. 일본군 또 한 명이 흰 깃발을 흔들며 바다로 기어갔습니다. 그러자 다른 일본군이 뒤에서 그 군인을 쏘았습니다. 가까운 바위 뒤에서 수류탄이 터졌습니다. 선생님과 10명쯤 되는 언니 누나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  (40쪽)



  그림책 《오키나와의 목소리》는 이야기합니다. 오키나와(류우큐우)는 ‘일본땅’이 아닌 오키나와였습니다. 일본 정치권력자는 오키나와를 ‘일본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일본에 깃든 나라이지만 일본 ‘본토’에는 ‘식민지’인 오키나와였습니다.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니었던 식민지 오키나와’는 197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식민지 굴레와 미군기지 수렁에서 살짝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합니다. 애꿎게 죽은 사람들은 곳곳에서 아픈 넋으로 바뀌어 나비가 되거나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주섬 사람들이 애꿎게 죽었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애꿎게 죽었습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도, 진도 앞바다에서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꿎게 죽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담고 이웃과 동무를 바라보아야 할까요.


  전쟁무기는 평화를 지켜 주지 않습니다. 군부대는 평화를 부르지 않습니다. 평화는 오직 평화로 지킵니다. 평화를 부르는 목소리는 언제나 사랑 하나입니다. 4347.8.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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