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2) 해갈의 1 : 해갈의 단비
그렇게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어제 해갈의 단비가 내려 주었다. 충분치는 않지만, 마침 비오기 직전에 파종을 마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71쪽
해갈의 단비가 내려
→ 시원한 단비가 내려
→ 가뭄을 씻는 단비가 내려
→ 목마름을 푸는 단비가 내려
→ 땅을 적시는 단비가 내려
…
한자말 ‘해갈(解渴)’은 “(1) 목마름을 해소함. ‘갈증을 풀어 버림’으로 순화 (2) 비가 내려 가뭄을 겨우 벗어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안 써야 마땅한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낱말풀이를 보면 “목마름을 해소”라 적고, “갈증을 풀어”로 고쳐쓰라고 나옵니다. 알쏭달쏭합니다.
한자말 ‘해소(解消)’는 “(1)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애 버림 (2) 어떤 관계를 풀어서 없애 버림”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해소하다’라는 한자말은 ‘풀다’라는 한국말하고 뜻이 같은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다른 한자말 ‘갈증(渴症)’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은 느낌”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목마름’이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니 ‘갈증’입니다.
학자가 빚은 한국말사전에 실린 낱말풀이가 영 어설픕니다. 이도 저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낱말풀이가 실린 한국말사전이 떠도는 한국이기에, 여느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적에 ‘한국말이 아니라 할 수도 없지만, 또 한국말이라 할 수도 없는 알쏭달쏭한 말’을 쓰지 싶습니다.
목마름을 푸는 단비란 “시원한 단비”입니다. 고맙지요. 목마름을 푸는 단비인 만큼, 땅을 적시고 풀잎과 나뭇줄기를 적십니다. 가뭄을 씻고 더위를 털어냅니다. 4347.8.2.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게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어제 시원한 단비가 내려 주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마침 비오기 앞서 씨를 다 뿌려서 얼마나 고마운지
“충분(充分)치는 않지만”은 “넉넉하지는 않지만”으로 손질하고, “비오기 직전(直前)에”는 “비오기 앞서”나 “비오기 바로 앞서”로 손질하며, “파종(播種)을 마쳐서”는 “씨뿌리기를 마쳐서”나 “씨를 다 뿌려서”로 손질합니다. “얼마나 다행(多幸)인지”는 “얼마나 고마운지”나 “얼마나 잘되었는지”나 “얼마나 기쁜지”나 “얼마나 반가운지”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