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리는 길 (사진책도서관 2014.7.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날에 걸쳐 만화책 자리를 다 손질한다. 진땀을 뺐다.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바깥벽에 금이 간 데를 타고 빗물이 스며드는데, 이 빗물은 만화책을 꽂은 책꽂이 아래쪽까지 퍼진다. 이태 넘게 이런 줄 모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 맨 아래쪽에 꽂은 묵은 만화책이 꽤 다쳤다.
둘째 칸 벽을 따라 책꽂이를 받치고 문화 갈래 책을 꽂았는데, 자꾸 곰팡이가 피는 듯해서 책꽂이를 빼내어 들여다보니, 벽 아래쪽을 따라 물방울이 맺힌다. 건물이 낡아서 빗물이 스며들기 때문일까.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벽돌을 받치고 책꽂이를 올린다. 다른 책꽂이도 아래에 벽돌을 대든 어떻게든 바닥하고 띄워야 하는구나 싶다. 바닥하고 띄우지 않으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물기 때문에 책꽂이와 책이 모두 다치겠네.
아버지가 진땀을 빼는 동안 큰아이는 치맛자락에 고양이 인형을 놓은 채 작은사다리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앉아서 만화책을 보았을까. 놀라운 그림이로구나 싶어 일을 멈추고 큰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다. 이때 작은아이가 알아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나도 찍어야지요!” 하면서 끼어든다. 누나만 사진을 찍는다면서 샘이 났을까? 아무렴, 네 아버지가 누나만 찍고 너를 안 찍겠니. 너희 둘 모두 애틋하게 사랑하는걸.
만화책 꽂는 자리에 책상을 하나 놓아 본다. 걸상을 하나만 놓아 본다. 책상이 허전해서 만화책 두 권을 올려 본다. 꽤 보기 좋다고 느낀다. 그야말로 ‘만화책 연구실’ 같은 느낌이다.
만화책 《도라에몽》을 골마루 책꽂이에 옮긴다. 왜 이곳에 옮기느냐 하면 눈에 잘 뜨이기 때문이고, 밝은 곳이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도라에몽》 만화책을 보고 싶다면, 빛이 잘 들어 밝은 이곳에서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큰아이더러 숫자를 잘 맞추어 보라고 시킨다. 그런데 빠진 책이 꽤 많다. 1권부터 45권까지 틀림없이 한 질을 장만했는데, 빠진 책은 어디로 갔을까. 알쏭달쏭하다. 빠진 책 번호를 살펴서 다시 갖추어야겠다.
한 가지를 마쳤으나 다른 일이 기다린다. 다른 책도 잘 갈무리해야겠고, 다른 책꽂이도 물기에 다치지 않도록 새롭게 손질해야겠다. 번듯한 건물에 깃든 도서관이 아닌 터라 손이 갈 데가 많다. 도시 한복판에 도서관을 두었으면 빗물이나 물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었으리라 본다. 숲과 같이 풀밭이 이루어진 시골 폐교 건물에 도서관을 들였으니 여러모로 생각하고 살필 대목이 많다. 하루빨리 이 폐교 건물을 우리 것으로 장만해서 바깥벽과 옥상에 방수페인트를 바르고, 금이 간 곳을 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옥상에 지붕을 씌워야 할는지 모른다.
도서관을 살리고, 책을 살리며, 우리 살림과 삶을 살려야지. 생각을 살리고, 사랑을 살리면서, 우리가 시골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살려야지. 삶과 꿈을 살릴 때에 책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마음과 사랑을 살릴 때에 책이 깃든 터, 그러니까 도서관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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