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86) 히스토리(history)
카메라는 사고하지 못한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이상엽-최후의 언어》(북멘토,2014) 80쪽
어떤 히스토리
→ 어떤 역사
→ 어떤 발자취
→ 어떤 발자국
→ 어떤 이야기
→ 어떤 지난날
…
‘history’는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사에서는 이 영어를 바탕으로 삼아서 ‘herstory’라는 잡지를 한국에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쓰든 이런 낱말은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한국사람도 영어를 쓸 수 있지만,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또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로 생각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한국말을 쓸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한국말을 올바로 안 쓰면 누가 한국말을 올바로 써야 할까요? 우리가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다듬지 않으면, 누가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꾸거나 갈고닦을까요?
보기글에서는 ‘역사’라는 한자말을 쓰면 됩니다. 이 한자말을 굳이 안 쓰고 싶으면 ‘발자취’나 ‘발자국’을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발걸음이나 발자취란, 지난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지난날’이요 ‘지난 이야기’입니다.
보기글을 더 헤아려 본다면, ‘넋’이나 ‘마음’ 같은 낱말을 넣어도 됩니다. 느낌과 생각은 우리 스스로 빚어서 담습니다. 4347.8.1.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진기는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그러나 어떤 사진기가 어떤 이야기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는가 하는 대목도 늘 깊이 돌아볼 만하다
‘카메라(camera)’는 ‘사진기’로 다듬고, ‘사고(思考)하지’는 ‘생각하지’로 다듬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바로잡습니다. “찍어 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는 “찍어 주는가 하는 대목도”로 손보고, ‘여전(如前)히’는 ‘그대로’나 ‘고스란히’나 ‘언제나’로 손보며, ‘중요(重要)하다’는 ‘대수롭다’나 ‘크다’나 ‘깊이 돌아볼 만하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