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이야기를 내가 쓰기



  〈아침독서신문〉에서 연락이 와서 글을 하나 쓴다. 마무리를 즐겁게 짓고 보낸다. 얼마 앞서 내놓은 《책빛숲》을 글쓴이 스스로 소개하는 글을 써 달라고 했는데, 매체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으레 나한테 ‘스스로 내 책을 말해 달라’는 소리를 듣는다.


  곰곰이 돌아보면 꽤 많은 작가들이 이녁 스스로 이녁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지 싶다. 그런데, 작가 스스로 이녁 책을 소개하거나 말하는 글은 막상 ‘서평’이나 ‘보도자료’가 되어 널리 알려지지는 않는 듯하다. 내가 내 책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일까. 이른바 ‘객관성’이 떨어지는 노릇일까. 그러나,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쓴 책을 내가 이야기할 때에 어떤 넋으로 어떤 빛을 밝혀서 글을 썼는지 제대로 알릴 수 있으리라 본다. 남이 읽고 평가하는 서평이나 보도자료가 아닌, 글쓴이 스스로 어떤 사랑과 꿈으로 글을 써서 이웃한테 선물로 주고 싶었나 하는 이야기가 바로 ‘스스로 내 책 이야기하기’라고 본다.


  글쓴이 스스로 이녁 책을 이야기하려 할 때에는 외려 더 ‘객관성’을 지킬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칭찬할 수 있고, 내가 나를 나무랄 수 있다. 스스로 마음에 들어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글을 쓴 대목을 밝힐 수 있고, 스스로 아직 아쉽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면서 고개를 숙이는 대목을 밝힐 수 있다. 어찌 보면, 책마다 붙는 머리말이나 꼬리말은, 글쓴이 스스로 밝히는 ‘내 책 이야기’이지 싶다. 머리말만 모아도 따로 책이 될 수 있다. 머리말을 그러모아 새로운 이야기빛을 열 수 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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