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3) 역할 6 : 배달 역할
덕분에 내 역할은 영어를 가르치는 역할에서 계속해서 에어럴이 요구하는 참고 도서들을 찾아서 가져다 주는 배달 역할로 바뀌어 버렸지요
《로렌스 R.스펜서/유리타 옮김-외계인 인터뷰》(아이커넥,2013) 87쪽
내 역할은
→ 내 일은
→ 내가 하는 일은
영어를 가르치는 역할
→ 영어를 가르치는 일
→ 영어를 가르치는 자리
→ 영어 가르치기
배달 역할
→ 배달 일
→ 나르는 일
→ 심부름꾼 노릇
→ 심부름
…
보기글을 살피면, ‘역할’이라는 한자말을 세 군데 씁니다. 그런데, 세 군데 모두 이 낱말이 알맞지 않습니다. 맨 처음에는 ‘일’이라 적어야 알맞고, 다음에는 덜어내야 알맞으며, 마지막에는 ‘노릇’으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맨 처음 자리만 ‘일’이라고 한 마디를 넣어도 됩니다. 다음 자리는 “영어 가르치기에서 …… 책들을 찾아서 가져다주기로 바뀌어”처럼 적어도 됩니다. 또는 글월을 통째로 손질해서, “이리하여, 나는 영어를 가르치다가 이제 에어럴이 보고 싶다는 책들을 가져다주기만 했지요”처럼 다시 쓸 수 있습니다.
학교나 방송에서는 ‘역할’이라는 한자말을 안 써야 한다고 곧잘 이야기하는데, 정작 이 한자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때와 곳에 알맞게 어떤 낱말을 써야 알맞을는지 헤아리지 못합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래서 내 일은 영어 가르치기에서 이제 에어럴이 보고 싶다는 책들을 찾아서 가져다주는 심부름꾼 노릇으로 바뀌어 버렸지요
‘덕분(德分)에’는 ‘그래서’나 ‘이리하여’로 다듬습니다. ‘계속(繼續)해서’는 ‘잇달아’나 ‘이어서’로 다듬을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이제’로 다듬을 때에 글흐름하고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에어럴이 요구(要求)하는 참고(參考) 도서(圖書)들”은 “에어럴이 바라는 책들”이나 “에어럴이 보고 싶다는 책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