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6. 대문을 여는 나이


  아이가 대문을 엽니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스스로 대문을 열지 못합니다.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 나이를 먹으면서 키가 자라기에 드디어 스스로 대문을 열 수 있습니다. 스스로 대문을 여는 아이는 스스로 집 바깥으로 나갑니다. 다만, 아직 어린 아이들은 멀리 나다니지 않습니다. 그저 ‘대문 열기’를 해낸 기쁨 하나로도 넉넉합니다. 누나 손이나 아버지 손을 빌지 않아도 혼자 씩씩하게 집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넓게 트입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곁에 누군가 ‘가르치거나 이끄는 사람’이 있으면 무척 좋다고 할 만합니다. 모르거나 궁금할 적에 바로 여쭐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고 할 만합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곁에 ‘가르치거나 이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떠할까요. 이때에는 안 좋다고 할 만할까요. 모르거나 궁금한 일을 여쭐 사람이 없으면 사진길을 어떻게 걸어갈 만할까요.

  그때그때 모든 것을 챙겨 주는 스승이나 이슬떨이나 길동무가 있어도 삶은 즐겁습니다. 둘레에 아무도 없어 나한테 아무것도 챙겨 줄 수 없는 삶도 이 삶 나름대로 즐겁습니다. 도와주는 이가 있으면 도와주어서 즐겁고,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스스로 모든 일을 맺고 푸는 동안 즐겁습니다.

  책을 읽으면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즐겁습니다. 책을 안 읽으면 책이 아닌 온몸으로 삶을 부대껴서 지식을 얻어야 하니, 이때에는 이때대로 즐겁습니다.

  스승이나 이슬떨이나 길동무가 있다면 한결 빠르게 사진을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이나 이슬떨이나 길동무가 없어도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사진을 빠르게 익힐 수 있고, 오랜 나날에 걸쳐 천천히 익힐 수 있습니다. 옆에서 늘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에 ‘기대는 버릇’이 드는 바람에 혼자서는 사진을 제대로 못 찍는 사람도 있겠지요.

  밥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차려 줄 수 있습니다. 밥은 스스로 차려서 먹을 수 있습니다. 밥은 내가 차려서 식구들 모두를 먹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밥차림’이요 ‘밥먹기’이자 ‘밥나눔’입니다.

  다만, 밥을 먹자면 스스로 숟갈을 들어야 합니다. 밥을 먹자면 스스로 입을 움직여 씹어야 합니다. 밥을 먹은 뒤 스스로 몸을 움직일 노릇입니다. 사진도 언제나 스스로 찍습니다. 도와주거나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이웃이 있더라도, 사진은 언제나 스스로 조용히 즐겁게 찍습니다.

  문을 열어요. 씩씩하게 스스로 대문을 열어요. 스스로 대문을 열어젖힌 뒤 마음도 활짝 열어젖혀요. 4347.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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