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3) 존재 183 : 한계는 존재


경계와 한계는 넘어가기를 멈추는 자리에만 존재한다 … 너머는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펼쳐 있다 …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한 우주가 있을 뿐이다

《마이클 A. 싱어/이균형 옮김-상처받지 않는 영혼》(라이팅하우스,3014) 198, 199쪽


 멈추는 자리에만 존재한다

→ 멈추는 자리에만 있다

→ 멈추는 자리에만 찾아온다

→ 멈추는 자리에만 생긴다

→ 멈추는 자리에만 나타난다

 …



  경계이든 한계이든 있거나 없습니다. 생기거나 안 생깁니다. 나타나거나 안 나타납니다. 드러나거나 안 드러나며, 서거나 안 섭니다. 한자말 ‘존재’를 쓰면, 이 보기글에서 경계나 한계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는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겠구나 싶습니다. 또렷하게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이 보기글에서 “무한히 펼쳐 있다”도 “무한히 존재한다”처럼 적을 만했어요. 아무 데나 ‘존재’를 집어넣을 수 있지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무 데나 넣을 수 있는 ‘존재’ 같은 낱말은 어디에도 넣을 만하지 않습니다.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한계는 있지 않다

→ 한계는 없다

→ 한계는 있을 수 없다

 …


  쓰려고 하기에 쓰는 낱말입니다. 아름답게 쓰려고 하면 아름답게 쓰는 낱말입니다. 딱딱하게 쓰려고 하면 딱딱하게 쓰는 낱말이고, 길들거나 익숙한 대로 쓰려 하면 언제까지나 길들거나 익숙한 대로 쓰는 낱말입니다.


  한국말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한국말을 어떻게 쓸 때에 아름다울까요. 내 마음을 나타내고 내 넋을 드러내려면 어떤 낱말을 고를 때에 가장 또렷하면서 즐거울까요. 4347.7.1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경계와 한계는 넘어가기를 멈추는 자리에만 나타난다 … 너머는 모든 곳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 끝은 있지 않다. 가없는 우주가 있을 뿐이다


‘한계(限界)’는 “미칠 수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이 한자말은 그대로 쓸 수 있으나, 글흐름에 따라 ‘끝’이나 ‘막다른 곳’이나 ‘마지막’으로 손볼 수 있어요. ‘경계(境界)’는 “나뉘는 곳”을 가리킵니다. 이 한자말도 그대로 쓸 수 있으나, 글흐름에 따라 ‘갈림길’이나 ‘울타리’나 ‘금’으로 손볼 만합니다. “모든 방향(方向)”은 “모든 곳”으로 손질하고, ‘무한(無限)히’는 ‘끝없이’로 손질하며, “펼쳐 있다”는 “펼친다”나 “펼쳐진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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