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을 엮은 《안녕, 제시카》를 읽는다. 날마다 애틋하게 바라보던 눈길 그대로 사진을 찍었구나 하고 느낀다. 이 아이는 얼마나 넉넉하고 포근하게 사랑을 받으면서 하루를 누릴까 하고 돌아본다. 날마다 저(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 눈길을 느낄 아이는 어떤 마음일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곳 언저리에서 뛰논다. 텃밭에도 가고, 놀이터에도 가며, 서울 홍대 둘레에도 간다.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일본도 밟으며 함께 숲길을 거닐기도 한다. 어버이가 가는 데라면 어디이든 아이도 있다.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아이는 하루 내내 어떤 눈높이로 삶을 바라보고 보금자리를 느낄까. 포근하면서 너그러운 눈빛이 그윽한 사진책 《안녕, 제시카》로구나 싶은데, 사진을 보는 내내 꼭 한 가지가 아쉽다. 무엇이 아쉬울까. 무엇이 이 사진책에는 없을까. 한참 사진책을 보는데, 일곱 살짜리 큰아이가 내 곁에 달라붙는다. “어, 사진 보네?” 하고 한마디 거들더니, 나더러 발로 비행기를 태워 달라고 부른다. 책은 읽지 말란다. 아이 말대로 책을 옆으로 치운다. 아이를 담은 사진이 깃든 책을 보기 앞서, 바로 우리 집 아이를 볼 노릇이니까. 귀여운 모습이 가득한 사진을 읽기 앞서, 바로 우리 집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 노릇이니까. 그러고 보니, 예쁜 사진책 《안녕, 제시카》인데, 예쁜 빛과 어울려 ‘수수한 이야기’가 좀처럼 못 드러나지 싶다. 아주 가까이에서 아이 눈망울을 또롱또롱 살뜰히 바라보는 사진으로도 넉넉하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이 날마다 얼마나 활개를 치면서 뛰놀고 개구쟁이가 되며 하늘을 훨훨 나는가 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깃들지 못했지 싶다. 그래도, 그래도, 반갑다. 아버지가 집에서 오래오래 머물며 아이를 지켜보는 사진으로도 아름답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