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3) 양의 2 : 많은 양의 비


이 지역의 대부분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만 비교적 짧은 우기에 집중된다

《레스터 브라운/이상훈,배규식 옮김-21세기의 파이》(따님,2003) 30쪽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만

→ 비가 많이 내리지만

→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지만

→ 비가 많이 퍼붓지만

→ 비가 잔뜩 들이붓지만

 …



  단출하게 쓰면 됩니다. 비가 많이 오는 곳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말 그대로 “비가 많이 온다”라 하면 됩니다. 비가 적게 오는 곳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있는 그대로 “비가 적게 온다”고 하면 됩니다. 쉽게 말할 적에 환하게 빛나는 말이요, 단출하게 갈무리할 적에 곱게 거듭나는 글입니다. 4338.3.8.불/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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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레 어디나 비가 많이 내리지만 퍽 짧은 철에 잔뜩 쏟아진다


“이 지역(地域)의 대부분(大部分)”은 “이곳 거의 모두”나 “이 둘레 어디나”쯤으로 손봅니다.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꽤’로 손보고요. ‘집중(集中)된다’는 ‘몰린다’나 ‘쏠린다’로 손보면 돼요. ‘우기(雨期)’ 같은 한자말을 쓰기보다는 ‘비철’ 같은 새 낱말을 지어야 알맞습니다. 이렇게 새말을 짓든, 아니면 “짧은 철에”라든지 “짧은 동안에”로 다듬어 줍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23) 양의 6 : 많은 양의 농약


그랬더니 죽은 황새의 몸에서 많은 양의 농약이 나왔습니다

《김황/김정화 옮김-황새》(우리교육,2007) 53쪽


 많은 양의 농약이 나왔습니다 (x)

 농약이 많이 나왔습니다 (o)



  “많은 양의 밥”이 아니라 “많이 푼 밥”이나 “많이 한 밥”입니다. “많은 양의 물”이 아니라 “많이 있는 물”이나 “많이 따른 물”입니다. “많은 양의 책”이 아닌 “많이 있는 책”이고요.


  “많이 나왔습니다”라고 할 때에는, 앞뒤에 다른 꾸밈말을 붙이지 않아도 ‘부피가 어떠함’을 말하는 셈입니다. “적게 나왔습니다”라고 할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양(量)’이라는 한자말을 사이에 안 넣어도 ‘부피가 많거나 적음’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4341.6.15.해/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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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죽은 황새한테서 농약이 많이 나왔습니다


“죽은 황새의 몸에서”는 “죽은 황새 몸에서”나 “죽은 황새한테서”로 고쳐 줍니다.


..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7) 양의 3 : 엄청난 양의 소식지


행사는 연이어 열렸고, 이러한 소식들을 알리는 엄청난 양의 소식지가 전해졌읍니다

《최형기-노동자와 노동절》(석탑,1985) 머리말


 엄청난 양의 소식지가 전해졌읍니다

→ 엄청나게 많은 소식지를 돌렸습니다

→ 소식지가 엄청나게 뿌려졌습니다

 …



  오늘날 사람들은 방송에서 흐르는 말에 쉬 길듭니다. 날씨를 알리는 방송에서 “많은 양의 비가 온다”와 같이 이야기하면 참말 이러한 말투대로 갑니다. 또는 학교에서 교사가 이렇게 말한다든지, 지식인이나 학자가 책에서 이렇게 글을 쓰면, 참말 이러한 말투나 글투대로 바뀌곤 해요.


  이 보기글에서는 ‘양의’를 빼면 “엄청난 소식지”가 되어서, 소식지에 담긴 이야기가 “엄청나게 대단한가?” 하고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양의’ 말고 ‘많은’을 넣어서 “엄청나게 많은 소식지”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말차례를 바꾸어 “소식지가 엄청나게 (많이)”로 적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한다면 “소식지를 수도 없이 뿌렸습니다”라든지 “소식지를 마구마구 뿌렸습니다”라든지 “소식지를 끝없이 만들어 돌렸습니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느낌을 살피며 말마디를 돌보고, 이야기를 보듬으며 말씨를 어루만지기를 바랍니다. 4338.7.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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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잇달아 열렸고, 이러한 이야기를 알리는 소식지가 엄청나게 뿌려졌습니다


‘연이어(連-)’는 ‘잇달아’나 ‘곳곳에서’로 다듬고, “소식지가 전(傳)해졌습니다”는 “소식지가 뿌려졌습니다”나 “소식지를 돌렸습니다”로 다듬어 봅니다. 그리고, 보기글 뒤쪽에서 ‘소식지’라고 나오니 “이러한 소식(消息)”은 “이러한 이야기”나 “이러한 얘기”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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