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67) 양의 1 : 많은 양의 땔감


나는 짧은 시간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양의 땔감을 구해야 할 때를 위해 그런 장소도 확보해 두고 있다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05쪽


 많은 양의 땔감을 구해야 할

→ 많은 땔감을 마련해야 할

→ 땔감을 많이 마련해야 할

 …



  ‘양(量)’이라는 낱말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는 ‘부피’입니다. 한국말 ‘부피’를 한자로 옮기면 ‘양’입니다. “양이 많다”나 “필요한 양만큼만 가져가세요”는 “부피가 많다”나 “쓸 만큼만 가져가세요”로 손보면 됩니다. “양이 차다”나 “알맞은 양만큼 먹어라”는 “배가 차다”나 “알맞은 만큼 먹어라”라 손보면 되고요. 그러니까,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하려 한다면, ‘부피’를 쓰되, 흐름과 자리에 따라 알맞게 여러 낱말로 가다듬으면 됩니다.


  ‘量’이라는 한자말에 토씨 ‘-의’를 붙인 “많은 양의”와 같은 말마디는 얄궂습니다. 우리 말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말마디를 적잖은 분들이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적은 양의”라 할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알맞지 않아요. 알맞게 쓰자면 ‘적게’와 ‘많이’입니다. 그래서 “땔감을 많이” 얻거나 “땔감을 적게” 얻는다고 적어야, 가장 알맞고 우리 삶에 걸맞는 말마디라 하겠습니다. 4337.11.7.해/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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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은 동안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땔감을 얻어야 할 때를 헤아려 그런 곳도 마련해 둔다


뚜렷하게 가졌다는 뜻으로 ‘확보(確保)’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이 글월에서 “그런 장소(場所)를 확보해 두고 있다”는 “그런 곳을 둔다”나 “그런 곳을 마련해 둔다”로 손질합니다. “땔감을 구(求)해야 할 때를 위(爲)해”는 “땔감을 마련해야 할 때를 헤아려”나 “땔감을 얻어야 할 때를 생각해”로 다듬습니다. “짧은 시간(時間)에” 같은 말마디는 그대로 둘 만하지만, “짧은 동안에”로 손보거나 “빨리”로 손볼 수 있습니다.


..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97) 양의 4 : 적은 양의 물


결론적으로 도래까마귀는 적은 양의 물로 살아가는데, 이는 둥지의 위생을 담당하는 어미들이 자질구레한 일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환경에 순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베른트 하인리히/최재경 옮김-까마귀의 마음》(에코리브르,2005) 34쪽


 적은 양의 물로 살아가는데

→ 물을 적게 마시며 살아가는데

→ 물을 조금만 쓰며 살아가는데

→ 물이 적어도 살아가는데

 …



  우리는 “물의 양이 적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물이 적다”고 말해요. 예부터 누구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의 양이 많다”가 아니라 “물이 많다”라 말합니다. 구태여 “물을 마시는 양이 많다”라 말하려 하면 말할할 수도 있지만, “물을 많이 마신다”라 말해야 부드럽고 알맞습니다. 물을 써야 할 때에도, 물을 많이 써야 한다면 ‘많이’라는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물을 적게 써야 한다면 ‘적게’라는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굳이 ‘量 + 의’와 같은 꼴로 쓰지 않아도 돼요. 군더더기말을 쓰면 쓸수록 한국말은 제 모습과 빛깔을 잃어버립니다. 4339.5.16.불/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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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도래까마귀는 물을 적게 마시며 살아가는데, 이는 둥지를 깨끗이 치우는 어미들이 자질구레한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둘레에 몸을 맞추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結論的)으로’는 ‘그러니까’나 ‘그래서’나 ‘다시 말해’나 ‘곧’으로 다듬습니다. “둥지의 위생(衛生)을 담당(擔當)하는 어미들”은 “둥지를 깨끗이 치우는 어미들”로 손봅니다. ‘처리(處理)할’은 ‘할’로 고쳐 줍니다. “환경(環境)에 순응(順應)한 결과(結果)로”는 “둘레에 몸을 맞추었기 때문으로”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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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97) 양의 5 : 아주 적은 양의 균


아주 적은 양의 균으로 간단히 식중독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42쪽


 아주 적은 양의 균으로

→ 아주 적은 균으로

→ 얼마 안 되는 균으로

→ 균이 아주 조금 있어도

 …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날씨를 알리는 방송에서 “많은 양의 비”나 “적은 양의 비”라고 말합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나 “비가 적게 옵니다”처럼 말하지 않아요. 학자들도 “많은 양의 균”이나 “적은 양의 균”으로 적을 뿐 “많은 균”이나 “적은 균”으로 적지 않아요.


  요즈음 아이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요. 물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 어떻게 말을 할까요. “많은 양의 물을 마십니다” 하고 말할까요? “적은 양의 밥을 먹어요” 하고 말할까요? 4341.1.5.흙/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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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는 균으로 손쉽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간단(簡單)히’는 ‘손쉽게’로 손봅니다. ‘금세’나 ‘바로’로 손봐도 되고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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